미국 뉴욕 맨해튼 제네시스 하우스 차량 전시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세단을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유리 전시 부스에는 SUV가 전시돼 있다./현대차


"뉴욕에서 현대차요? 이제는 흔하죠. 모두가 차를 살 때 한 번쯤 고려하는 브랜드니까요."

지난 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디 올 뉴 투싼' 월드 프리미어 현장에서 만난 현지 자동차 기자는 현대차에 대한 인식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신뢰할 만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누구나 고려하는 대중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취재 기간 3일간 뉴욕 곳곳에서 현대차를 발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팰리세이드와 투싼 등 SUV가 가장 많았고 세단과 전기차도 눈에 띄었다. 특정 모델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차종이 도심을 오가는 걸 보며 현대차가 뉴욕의 평범한 풍경 중 하나가 됐음을 실감했다.
맨해튼 거리를 달리는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 /김이재 기자


현지에서 꼽는 현대차의 강점은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월드 프리미어 현장에서 만난 인플루언서는 "미국에서 자동차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고 5만달러가 넘는 차도 흔하지만 평균적인 소비자에게 여전히 큰돈이다. 투싼은 그보다 낮은 가격에 믿고 탈 수 있어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좋은 차다"라고 말했다.

이 인플루언서는 비슷한 가격대에서 경쟁하는 토요타와도 비교했다. 그는 "토요타 역시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미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조금 더 개성 있고 차별화된 차를 원한다. 현대차는 실내 디자인이 세련됐고 스크린도 넓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맨해튼 거리를 달리는 현대차 아이오닉 5. /김이재 기자


높은 상품성은 현지 소비자들의 브랜드 인식에도 반영되고 있다. 제프 로젠 현대자동차 미국 딜러협회장은 "고객들은 현대차가 첨단 기술, 커넥티비티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외신 기자도 "중국계 소비자들은 첨단 사양과 신기술을 중요하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이들의 차고에서도 현대차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제네시스 하우스에 전시된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 /김이재 기자


이 같은 관심은 제네시스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찾은 뉴욕 제네시스 하우스에서는 혁신 기술과 고급 사양을 갖춘 플래그십 전기 SUV GV90을 유심히 살펴보는 방문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뉴욕 맨해튼 미트패킹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제네시스 하우스는 2021년 문을 연 제네시스의 첫 글로벌 복합문화공간이다. 이날 1층 쇼룸에는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이 전시돼 있었다. 전 세계에서 222대만 생산될 예정인 한정판 모델이다.

제네시스 하우스 1층에는 차 외장 색상과 가죽 내장재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프라이빗 큐레이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지하 1층에서는 다양한 예술 전시가 열리며 2층에서는 한식을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을 운영한다.

제네시스 하우스 담당자는 "유튜브에서 GV90을 본 뒤 실물을 보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처음 접한 방문객들도 실내를 보고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처럼 고급스럽다'며 놀란다. 현재 판매 중인 모델 중에서는 GV70의 인기가 높은 편이다"라고 했다.

제네시스를 현대차와 별개의 브랜드로 인식하는 현지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제네시스 하우스 담당자에 따르면 방문객의 약 40%는 제네시스가 현대차그룹의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라 제네시스 자체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는 마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매니페스팅 마릴린' 특별전이 열렸다. 전시 기간 하루 최대 2000명이 제네시스 하우스를 찾으며 문화 공간으로서도 관심을 끌었다. 전시 관련 콘텐츠는 개막 첫 달인 6월에만 SNS에서 1500만회 이상 노출됐다.
맨해튼 거리를 달리는 현대차 투싼. /김이재 기자


뉴욕에서 마주한 현대차는 더 이상 가격만으로 설명되는 브랜드가 아니었다. 합리적인 가격은 여전히 강점이지만 첨단 기술과 디자인, 상품성도 함께 언급됐다. 과거의 '값싼 차' 이미지를 지우고 세련되고 기술 친화적인 인상을 더해가고 있었다.

판매 흐름도 이를 뒷받침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월드 프리미어 현장에서 투싼의 9월 미국 판매가 전년 대비 32% 늘었고 투싼 하이브리드 판매는 최근 6개월간 67% 증가해 전체 투싼 판매의 28%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현지 자동차 기자는 "젊은 소비자들이 현대차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향상된 실내 기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맨해튼 거리를 달리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김이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