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왼쪽)과 이정현 공소청장 직무대행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며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마약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기존 검찰의 마약거래 감시 시스템인 '이드러그'(E-drug)의 이관 필요성이 커간다. 하지만 중수청은 공소청(옛 검찰청)에 정식으로 이관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 이드러그 운영 비용에 대한 부담이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공소청은 공식 요청이 없다며 방관하고 있다. 국가의 수사 자산이 두 기관의 준비 부족 속에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수청은 지난 18일 대마 2.5㎏을 국내로 들여온 피의자를 처음 구속한 데 이어 지난 25일엔 대마 1.8㎏과 필로폰을 각각 밀반입한 피의자 2명을 추가 구속했다. 중수청이 잇따라 마약 수사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공소청으로부터 이드러그를 이관하는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드러그는 인터넷과 SNS, 다크웹 등에서 마약류 광고와 거래 동향을 AI로 자동 탐지하는 프로그램이다. 검찰은 2017년 이드러그를 처음 구축해 2024년 본격 도입했다. 시스템 구축과 고도화 등에 들어간 예산은 지금까지 13억여원이다.

중수청 관계자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마약 사범의 윗선을 추적하려면 이드러그가 유용하다. 마약 수사에 필요하기 때문에 (이드러그의 유지·관리 비용을) 예산에 반영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공소청은 "중수청에서 정식으로 이관 요청이 들어오면 당연히 협조할 것"이라며 중수청에 공을 넘기고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중수청과 공소청이 실무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개문발차를 하다 보니 어느 한 기관이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중수청 예산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이 때문에 당장 (검찰의) 모든 수사 인프라를 넘겨받기 힘든 것 같다"고 전했다.



두 기관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혼선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업 담합 사건의 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리니언시)를 두고도 공소청은 최근 관련 지침을 개정해 신고 접수부터 최종 감면 여부 판단까지 직접 맡기로 했다. 그러나 중수청도 형법상 자수 감면 규정을 근거로 자진신고를 직접 접수하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공소청 관계자는 "기소 및 구형 권한이 공소청에 있는 만큼 공소청에서 자진신고를 받아 중수청에 통보하면, 중수청이 수사 과정에서 신고자가 얼마나 협조했는지 기록해 (공소청에) 전달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중수청은 "공정거래 범죄에 대한 수사기관으로서 (리니언시를) 직접 접수해야 신속한 증거 확보와 효과적인 수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선 제도 운영의 혼란을 막기 위해 '창구 일원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