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으로 민원인들이 들어가고 있다. 회생법원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를 떠나 강남구 도곡동 새 청사로 옮겼다./뉴스1


"전세사기에 당해 대출금 1억원이 다 빚이 됐습니다. 집에 압류 딱지가 붙는데, 단기간에 상환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해 찾아왔어요."

지난 26일 서울회생법원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새 청사를 연 날, 오모씨(36)는 압류 해제를 신청하려고 회생법원을 찾았다. 그는 전세사기를 당해 지난 8월부터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이날 회생법원을 찾은 2030 세대는 오씨 외에도 자주 눈에 띄었다.



전세사기와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행위)로 사회에 첫발을 딛자마자 막대한 채무를 떠안는 2030 세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개인회생을 통해 채무를 딛고 신용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개인회생은 고정 소득이 있으나 과도한 채무로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진 이들을 구제하는 법적 절차다. 법원의 인가를 받은 변제계획에 따라 원칙적으로 3년간 채무 일부를 분할 상환하는 제도다.

27일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개인회생 신청자는 2020년 8만6523명에서 지난해 14만9112명으로 72.3%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와 30대 개인회생 신청자는 3만8045명에서 4만7920명으로 26.0% 증가했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청년 채무는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고는 30조5139억원이다. 이 가운데 2030 투자자들의 차입금은 2024년 말 1조7000억원에서 지난 6월 말 4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전체 개인회생 신청자 중 2030 세대 비율이 다소 줄어든 건 복잡한 회생 절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많은 청년 채무자들은 전문 대리인을 통해 회생 절차를 밟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 파산·회생 담당 사무장은 "개인회생은 수많은 금융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복잡한 변제계획안을 직접 짜야 해서 일반인이 혼자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편집위원


개인회생 제도는 급격히 불어난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에겐 구명줄이다. 생활비 대출을 쓰다 재취업이 늦어지면서 70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20대 직장인 주모씨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신청을 통해 '변제기간 단축 제도' 적용을 받았다. 변제율 20%, 변제기간 24개월의 조건으로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아 일반 절차보다 1년 빠르게 채무 조정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는 청년을 비롯한 개인 채무자 구제를 위해 법원은 회생 상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26일 새 청사 개청에 맞춰 도산 전문가의 무료 상담인 '뉴스타트상담'을 도입하고,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용회복위원회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통합도산지원센터'를 열었다.

서울회생법원 소속 한 파산관재인 변호사는 청년 도산 위기를 개인의 일탈로 국한하지 않고 사전·사후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파산관재인은 파산 채권을 회수해 채권자에게 배분하고 법원 감독하에 도산 절차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변호사는 "채무 문제가 커지기 전 신용 상태를 응급 진단할 수 있는 '신용불량 예방센터' 같은 상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파산' 저자인 박기태 변호사(법무법인 한중)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채무 규모가 5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인 청년층을 대상으로 복잡한 서류 심사와 수임료 부담을 줄인 '패스트트랙형 회생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2030 세대의 변제율은 40% 안팎이고, 성실 이행 비율이 높아 채권 금융기관에도 실익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