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음식점이 생성형 AI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메뉴판 속 돈가스 사진(왼쪽)과 실제 주문 시 나오는 돈가스. 양쪽이 사뭇 다르지만, 많은 자영업자가 사진 촬영 비용을 아끼려고 AI로 음식 이미지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스레드 캡처


"업체에 맡기면 배너 하나에 10만원인데, 제가 AI로 만들면 인쇄비 1만원이면 돼요. 자영업자 중 상위 10%를 빼면 나머지는 자기 인건비도 못 가져가요. AI가 저희 같은 작은 가게에선 한 사람 역할을 하는 거죠."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병웅 대표(52)는 지난 4월부터 가게 입구에 거는 현수막과 배너, 메뉴판을 AI로 직접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음식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를 불렀지만, 기본 출장비가 2시간 기준 60만원에 달해 결국 '셀프 제작'에 나섰다.

경기 불황 속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AI를 활용해 메뉴판과 홍보물을 직접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음식과 다른 이미지 때문에 손님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AI 이미지가 허위 광고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SNS에는 음식점 메뉴판에 사용한 AI 이미지와 함께 "음식이 맛없어 보인다", "실제와 너무 다르다"는 등의 불만을 담은 글이 자주 올라온다. 특히 AI로 만든 메뉴판만 보고는 실제 어떤 음식이 나올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자영업자들은 손님들의 이런 불만을 알면서도 비용과 제작 속도 때문에 AI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12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용준 대표(57)는 몇 개월 전 메뉴판 등 홍보물에 AI 이미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실제로 파는 메뉴와 AI 이미지가 다르긴 하지만, 업체에 맡기면 일주일 이상 걸리고 30만원은 줘야 한다. AI로 직접 만들면 별다른 비용 없이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연히 음식 사진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음식 사진 촬영업체를 운영한 지 7년째인 이성진 대표(29)는 "AI 확산 이후 일감이 3분의 2가량 줄었다. 많은 자영업자가 음식 사진 촬영에 50만~60만원을 투자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을 아끼려다 손님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앙대 연구진이 지난해 현대사진영상학회 논문집에 발표한 'AI 생성 광고 이미지에 대한 소비자 인식 연구: 음식 이미지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AI가 생성한 이미지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구매 의향과 브랜드 선호도, 시각적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가 실물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진을 통해서라도 음식이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AI 이미지와 실제 음식이 다르다면 허위 광고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도 "광고 이미지와 실제 음식이 크게 달라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면 부당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