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서울 명동의 한 안경점. 기자가 직접 중국산 AI 스마트 안경을 쓰고 지난해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의 자연계열 문제를 풀어 봤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검은 뿔테 안경이지만, 왼쪽 테 앞에 작은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다. "하이, 로키드"라고 호출어를 말하자 렌즈 안쪽에 푸른 형광색 글자가 나타나는 AI 창이 나타났다.
문항을 바라보며 "내 앞에 있는 시험지의 문제 3-1, 3-2 정답 알려줘"라고 말하자 안경테 한쪽에서 작은 촬영음이 났다. 촬영된 사진이 AI 창에 잠시 떴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렌즈 안쪽 화면에 '[3-1] 1080 [3-2] 1155'라고 초록색 숫자가 나타났다. 두 문항 모두 정답이었다.
풀이 과정을 써야 하는 서술형 문제도 막힘이 없었다. "정답과 함께 풀이를 알려줘"라고 하자 10초 남짓 만에 긴 수식 풀이와 정답이 렌즈에 표시됐다. 안경 카메라가 문제를 촬영해 전송하면 안경과 연동된 태블릿PC에서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문제를 풀고, 그 답변이 안경 화면에 표시되는 방식이다.
이날 기자는 음성으로 명령을 내렸지만, 자주 쓰는 명령을 미리 등록하면 반지형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거나 안경대를 두드리는 동작만으로도 별도의 음성 명령 없이 답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풀린 것은 아니다. 관건은 안경 왼쪽 테에 달린 카메라였다. 촬영 위치와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문제를 제대로 촬영하지 못했다. 사진에 문제의 일부가 잘리면 "문제 오른편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종이를 눈앞에 바짝 대고 촬영해야 정답이 나오기도 했고, 끝내 맞히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이날 기자는 음성으로 명령을 내렸지만, 자주 쓰는 명령을 미리 등록하면 반지형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거나 안경대를 두드리는 동작만으로도 별도의 음성 명령 없이 답을 받을 수 있다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풀린 것은 아니다. 관건은 안경 왼쪽 테에 달린 카메라였다. 촬영 위치와 각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문제를 제대로 촬영하지 못했다. 사진에 문제의 일부가 잘리면 "문제 오른편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종이를 눈앞에 바짝 대고 촬영해야 정답이 나오기도 했고, 끝내 맞히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일반 안경과 비교해 스마트 안경은 외관상 차이가 났다. 안경을 비스듬히 기울이면 렌즈 한가운데에 네모난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무게도 일반 뿔테 안경보다 3~4배 더 무겁다.

김상길 아이닥안경 안경사는 동행미디어 시대에 "지금은 스마트안경이 일반 안경과 다르다는 것을 외관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내년에는 더 얇고 가벼운 후속 모델의 출시가 예정돼 있어 구별이 점점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AI 스마트 안경의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대학가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3일과 10일 서울시립대와 연세대의 수시 논술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하고 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잇따라 적발됐다. 서울시립대에서 논술 시험을 치른 A군(19)은 시대에 "시험장으로 들어갈 때 전자기기 탐지를 한 번 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 안경을 착용해도 적발되지 않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서울시립대와 연세대에서 스마트 안경 부정행위가 적발된 직후인 지난달 13일 전국 대학에 시험 관리·감독을 강화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같은 달 15일에는 수능 감독관을 위한 스마트 안경 대응 지침을 대학에 배포했다.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형사처벌과 응시자격 정지 확대 등 제재 강화 방안을 대학별 고사에도 적용하도록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는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된 수험생에게 '모든 전형 3년 응시 제한'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또 수능 이후 치르는 면접에서는 대기실에서 면접장으로 이동하는 등 장소를 옮길 때마다 감독관이 안경을 재확인할 방침이다.
지난달 18일 경기권 대학에서 논술을 치른 한상원씨(20)는 시대에 "(시험장에서) 스마트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에 관한 안내가 여러 차례 반복했다. 응시자와 눈을 맞추면서 안경을 살피는 감독관도 있었다. (나는) 괜한 의심을 피하려고 평소 쓰던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끼고 응시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기술적 대응이 함께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입시 부정은 대입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사안인 만큼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대학이 교육부 권고대로 형사고발까지 해야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교수는 당장 시험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응책으로 휴대전화를 전원을 끈 상태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꼽았다. 스마트 안경은 블루투스로 연결된 기기를 통해야 작동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앞으로 기술이 점점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교실에 이를 막을 장비를 얼마나 갖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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