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세 차례 미뤄진 가상자산 과세를 한 번 더 늦춰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유예 기간에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고 과세 인프라를 갖춘 뒤 세금을 매기겠다는 구상이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공정한 과세를 위한 책임 있는 준비다. 어제 민주당은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 유예를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요청 배경과 관련해 "관련 부처와의 당정 협의를 거치고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한 결과 인프라와 제도가 충분히 갖춰진 상태에서 과세를 시행하는 것이 시장의 왜곡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에 대해서는 당과 정부, 그리고 업계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과세는 성실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고 시장을 음성화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 의장은 "유예 기간 동안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와 투자자 보호망을 확고히 갖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함께 해외 거래 정보 수집 체계를 정비하고 국세청과 거래소 간 전산 연계 시스템도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권 의장은 청년층 자산 형성 지원책도 거론했다. 그는 "청년미래적금, 우리아이자립펀드 등 자산 형성의 사다리를 빈틈없이 구축해 나가겠다"며 "청년형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도입은 물론 기존 ISA와의 중복 가입 허용 등 실질적인 자산 형성 패키지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정부와 당정협의회를, 30일에는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간담회를 잇따라 열었다. 그러나 두 자리에서 모두 유예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이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3일 과세를 2년 안팎 유예하는 방안을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미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2029년 참여하는 일정을 고려한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튿날인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에 과세 유예를 공식 제안했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먼저 제정해 기업과 투자자에게 적응 기간을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돼 당초 2022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생긴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번에도 미뤄지면 네 번째 유예다.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 투자 비중이 높은 청년층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고 청년을 핑계로 삼지 말고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