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에서 식품, 의약품 등 산업용 냉장·냉동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연이어 터졌다. 사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스웨덴 슈퍼마켓 체인이 사이버 공격으로 냉동식품이 녹아 폐기한 모습./로이터=뉴스1


미국 정부가 식품, 의약품 등 산업용 냉장·냉동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 시설 운영업체들에 보안 강화를 당부했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과 사이버보안·인프라보안국(CISA), 보건복지부, 교통부, 농무부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해커들이 인터넷에 연결된 전자식 온도조절 장치와 상업용 냉장 설비 제어 시스템 보안 취약점을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시스템이 해킹되면 외부에서 냉장·냉동시설 온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시설에서 보관 중인 식품·의약품이 변질되는 것은 물론 장비 수명이 단축되거나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크리스 부테라 CISA 사이버보안 담당 국장 직무대행은 "냉장 시설과 온도 감시 시스템에 의존하는 모든 기관은 자신들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브렛 레더먼 FBI 사이버 부문 운영국장도 "전 세계 주요 기반 시설 냉장 시스템이 공격 대상이 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냉장·냉동시설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은 미국, 유럽 등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애리조나주 포트와추카 기지 등 미국 내 최소 6개 군사기지에서 식료품 판매시설 냉동고가 잇따라 해동 모드로 전환되는 등 이상이 발생해 보관 중이던 식품을 대량 폐기했다.

지난달 프랑스에선 해커들이 350여 개 상업시설의 냉장·냉동장치 온도를 원격 조작해 식품 대량 폐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4일 프랑스혈액원(EFS)은 "2일 혈장 보관 시설 3곳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사고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평소 영하 30도로 유지되던 시설 내부 온도는 최고 110도까지 올랐다. 다만 모니터링 시스템이 이상 징후를 신속하게 감지하면서 혈액 제제나 검체에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EFS 산하 시설에 냉장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가 사이버 공격을 받으면서 발생했다.

미국·유럽에서 발생한 일련 사건이 동일한 해커 집단의 소행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