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봄부터 거리를 휩쓴 킬힐 열풍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다. 찬바람 부는 날씨에도 식지 않는 미니스커트의 인기와 함께 킬힐 부츠가 환상의 궁합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킬힐을 신는 여성들은 킬힐이 옷의 맵시를 살려 줄 뿐만 아니라 자신감까지 세워주는 기분이어서 그 매력을 포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스타 베컴의 부인 빅토리아 베컴의 발이 킬힐로 인해 수술을 요할 정도로 심각한 변형이 왔다고 알려지면서 킬힐 마니아들의 킬힐 사랑에 제동이 걸렸다.

발가락 휘는 무지외반증, 외과적 수술 필요

킬힐로 인한 가장 흔한 발 질환은 무지외반증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지는 증상으로 굽이 높고 발을 꽉 조이는 신발로 인해 발에 변형이 오는 질환이다. 킬힐처럼 앞코가 삼각형이고 뒷굽이 뾰족한 하이힐을 신으면 발가락이 가운데로 모이면서 체중의 90%가 발가락으로 몰리게 된다. 이때 엄지발가락 뿌리부분이 체중으로 인한 압력을 못 이겨 밖을 향하면서 발모양에 변형이 생기게 된다.

무지외반증은 튀어나온 뼈 때문에 통증이 심하고 발의 볼을 넓게 만들어 조금만 조이는 구두를 신어도 금방 통증이 나타나며, 휘어진 발가락으로 인해 외관상 보기에도 좋지 않다. 심할 경우에는 발톱이 살을 파고 들기도 하고, 뼈의 변형으로 인해 무릎과 엉덩이 관절, 허리에도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증상이 경미하고 변형이 심하지 않으면 볼이 넓고 편안한 신발을 신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보조기나 기능성 신발, 기능성 깔창 등은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여줄 수 있지만 변형이 교정되거나 근본적인 치료 효과는 없다. 외과적 수술로 변형된 뼈를 바로 잡아 정상적인 발 모양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엄지발가락의 튀어나온 부위가 아플 때, 오래 걷기에 불편하거나 신발 신기에 불편한 경우, 엄지발가락이 체중을 못 받아 다른 발가락 밑에 통증을 유발하는 굳은살이 생길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시간은 30∼40분 정도로 짧으며 전신이 아닌 하반신 마취 혹은 발목 마취를 하기 때문에 회복이 빨라 2∼3일만 입원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무지외반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5cm 이하 낮은 굽의 신발을 신고, 볼이 좁고 뾰족한 구두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아찔한 굽을 포기할 수 없다면 사무실 등 실내에서는 편한 신발로 갈아 신고 높은 굽과 낮은 굽의 신발을 번갈아 가며 신도록 한다. 또한 수시로 발가락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스트레칭을 하고 따뜻한 족욕도 도움이 된다.

무지외반증에 동반하는 소 건막류와 지간 신경종

소 건막류는 새끼발가락의 뿌리 관절부분이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발볼이 넓은 사람이 앞코가 뾰족하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을 때 잘 생긴다. 소 건막류가 있는 사람은 무지외반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발바닥 앞쪽에 압력이 가해지면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 쪽으로 힘을 주기 때문이다. 새끼발가락의 튀어나온 부분이 신발과 닿으면 걷거나 서 있을 때 아프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신발 속에 특수 깔창이나 패드를 집어넣으면 된다. 하지만 통증이 심하면 무지외반증과 마찬가지로 튀어나온 뼈를 절제하거나 관절 윗부분에서 새끼발가락을 안으로 밀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지간 신경종은 발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과도한 압력을 받거나 발가락 사이에 물혹이나 지방종이 생기는 질환이다. 이 역시 굽이 높은 구두를 신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발가락 신경과 주변 조직이 긴장하고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지간 신경종이 있으면 걸을 때 발바닥 앞쪽에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고 발 주변이 저리고 쑤시거나 때로 발바닥 감각이 없어지기도 한다. 세번째와 네번째 발가락 사이가 저리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질환은 특별한 외적 변형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부드러운 패드나 기능성 깔창이 깔린 신발을 신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 앞볼이 넉넉하고 굽이 낮은 신발을 신고, 발가락으로 수건을 집어 올리는 스트레칭을 해 발 근육이 단련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주사를 놓아 통증을 없애는 치료를 받거나 문제가 되는 부위의 신경을 없애는 신경종 절제술을 받을 수 있다.

더 길어진 싸이하이부츠, 하지정맥류 유발

꿀벅지 신드롬과 함께 올 겨울 인기를 끌고 있는 사이하이부츠는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길이로 인해 무릎을 구부리는 것도 힘들고 다리를 조여 혈액순환을 방해해 다리에 부종이 생기기 쉽다. 문제는 다리가 붓는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하지정맥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는 다리 정맥 내 판막 이상으로 혈관이 탄력을 잃고 늘어지고 꼬여 피부 표면으로 울퉁불퉁하게 튀어 올라오는 질환이다. 주로 장년층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났으나 최근 잘못된 생활습관과 스키니진, 부츠 등 혈액순환을 저해하는 패션으로 인해 젊은 여성들의 발병률도 늘고 있다. 특히 굽이 높은 부츠는 다리를 조여줌과 동시에 높은 굽으로 인해 발 뒤꿈치가 앞꿈치보다 높아지면서 종아리 근육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수축돼 하지정맥류 등 다리 혈액순환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한다.

하지정맥류의 대표적인 증상은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거나 파란 혈관이 눈에 띄게 비치는 것이다. 이러한 증상 외에도 다리가 자주 저리고 무거운 느낌, 짜릿한 통증, 욱신거림, 화끈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쉽게 피곤해질 때도 하지정맥류를 의심해 봐야 한다.

하지정맥류는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 피부궤양이나 정맥염 등 합병증이 생기고 심각한 경우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정확한 검사와 함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 치료는 혈관경화요법, 정맥내 레이저요법, 정맥류근본수술법 등이 있으며 증상이 가벼운 환자의 경우에는 보통 주사경화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주사경화요법과 정맥 내 레이저요법은 비수술적 방법으로 입원이 필요하지 않고, 치료 후 별다른 불편함 없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