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우리 몸의 방패다. 육달월변(肉)에 방패간(干)이 합해져서 만들어진 한자에서도 잘 나타난다. 황제내경에서 간을 '將軍之官(장군지관) 謀慮出焉(모려출언)이라 罷極之本(파극지본)이니 魂所居也(혼소거야)라' 하였다. 장군지관과 파극지본은 간이 피로를 주관하는 장기로 사회 조직에 비유한다면 군대의 장군에 해당하여 늠름하게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기관이란 뜻이다.
또 간은 체내의 각종 독성물질을 중화해서 배설하는 역할을 한다. 마치 마당쇠와 같아서 어지간히 아파서는 내색도 하지 않는다.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간에 기별이 가려면 왠만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간에 어떠한 증상이 나타나게 될 때는 이미 상당히 많이 손상을 입어 치료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 된다.
간은 그 능력에 상당한 여유가 있어서 가령 2/3를 잘라내도 나머지 간에서 정상기능을 해낼 수 있다. 또한 간세포는 일단 손상을 받더라도 재생능력이 왕성하기 때문에 원상태로 복구될 수 있다. 실제로 간이 손상되더라도 나머지로 전체의 기능이 조절되고 있는 동안은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간경변증의 경우 간조직의 손상은 심하더라도 기능은 정상에 가까운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진찰상 간이 굳은 채 부어 있더라도 전혀 자각증상이나 기능에 이상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간경변증 환자의 25%는 아무탈없이 천수를 누린다는 통계도 있다.
건강진단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는 사람의 대다수는 그렇게 과식하지도 않으며 별로 비만이지도 않다. 이 경우는 먹는 것에 원인이 있지 않다. 과로와 근심 걱정 즉 스트레스에 의한 교감신경이 긴장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동물의 간을 만져보면 매우 부드럽다. 이는 동물의 간이 지방간이기 때문이다. 원래 이들 변온동물의 간장은 전부 지방간이다.
간은 당질(glycogen)만이 아니라 지방의 저장장소로 진화되어 왔다. 그러나 생물이 항온동물로 진화하면서 지방의 저장을 간에서 피하(皮下)로 옮겨 보온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피하에 지방이 많은 여성이 추위를 덜 타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런 항온동물이라도 스트레스(교감신경 긴장)를 받으면 지방 저장의 기본 패턴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이것이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지방간이다. 간에 되돌아오게 된 지방은 스트레스로 생긴 활성산소를 흡착한다. 지방간은 스트레스로 인해 경화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진행된 재생반응인 것이다.
신생아 출생 시의 간장이 일시적으로 지방간이 되는 현상도 확인되었다. 사람이건 쥐건, 또 태반이 없는 닭이건 간에 출생시의 폐호흡 개시와 함께 산소 스트레스를 받아서 예외 없이 지방간이 되는 것이다. 또 쥐를 철망에 가두어 스트레스를 가하면 지방간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스트레스를 제어하고 중화하는 것이 간기능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