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남성들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식사문화다. 여행지 호텔에서 아침 조식으로 접했을 법한 모양새의 원플레이트 구성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모양새에 비해 비싸 보이는 가격도 비호감에 한몫 했다.

그러나 성수대교 남단에 새로 오픈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삐꼴로 에오(Picolo Eo)'에서는 지금까지의 브런치와는 다른 인상을 받을 것이다.

'에오(Eo)'라는 상호에서 아는 사람들은 눈치챘겠지만 '삐꼴로 에오'는 어윤권 셰프의 3번째 작품이다. 이 곳은 미식 만족도가 높은 '리스토란테 에오', '구르메 에오'에 이은 어윤권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는 것만으로도 오픈전 부터 세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리스토란테 에오'와 '구르메 에오'는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에서 독보적이라 할만큼 중장년층 이상의 남성고객이 많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깐깐하고 식견 높은 40대 이상의 아저씨들을 충성 고객으로 만들 만큼의 매력을  '삐꼴로 에오'에서도 느낄 수 있을지 방문전부터 궁금하다.

국내 굴지의 의류회사 사옥 1층에 자리해서인지 들어가는 입구의 풍경과 내부 분위기 모두 상당히 감각적이다. 건물 외벽이 모두 통유리로 돼 있는 레스토랑은 와인셀러를 가운데 두고, 라운지와 다이닝 공간으로 나뉜다. 라운지는 간단한 단품 메뉴 위주이고, 다이닝 공간은 코스 중심의 메뉴다.

라운지의 경우 독특하게 보라색을 입힌 벽이 패셔너블하다. 그 벽을 흑백 화면의 돔페리뇽 광고와 오드리햅번 등 옛 영화인들의 모습을 담은 액자로 장식했다. 가운데 'ㄴ'자 모양의 바테이블이 있고, 공간적으로 큰 여유를 두고 테이블석이 마련돼 있다. 천장을 가득 메운 LED조명과 엔틱한 느낌의 액자들이 어우러져 감각적인 공간감을 전한다. 테이블 간 공간이 꽤 널찍한 편이라 시원하게 오픈돼 있지만 나름 프라이빗함을 보장한다. 검정색톤으로 꾸며진 다이닝 공간도 상당히 넓은 공간에 테이블이 단 4개 뿐이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부탁했다. 메뉴판으로 전해진 것은 다름 아닌 애플의 아이팟 터치. 기발한 발상이다. 메뉴판을 터치해 화면을 넘겨가며 리스트들을 살펴봤다. 흔히 브런치 하면 대명사처럼 돼 있는 원플레이트 방식이 아닌 코스식 브런치다. 오늘의 스프와 전채요리, 차가 기본 구성으로 들어가고, 메인요리를 선택하면 본인만의 세트메뉴가 구성된다. 물론 각 코스의 접시마다 이탈리안 옷을 입은 재료들이 담긴다. 어윤권식 브런치는 역시 다르다.


메인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12가지나 된다. 간단한 시금치 샌드위치부터 에그베네딕트, 오믈렛, 스파게티, 와규스테이크 까지 메뉴 선택의 폭이 넓다. 가격은 메인메뉴의 선택에 따라 2만5000원에서 4만5000원선이다. 브런치 메뉴 몇 가지를 테이스팅했다. 어느 것 하나 군더더기 없다. 접시 담음새의 스타일만 내세우거나 손맛만을 내세우지 않는다. 세련되고 내공이 느껴지는 구성과 맛이다. 오늘의 스프 대신 따듯한 전복죽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나 전채요리를 따듯한 메뉴와 차가운 메뉴로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손님 입장에서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셰프가 펼치는 메뉴들은 실속 있었다. 브런치라는 구성을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시간적 제약일 뿐 디너로 즐긴다 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이번 여름에는 갤러리에 가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르듯, 이곳에서 마음에 드는 브런치를 골라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해 보아도 좋겠다. 30여 종이나 되는 스파클링 와인 리스트는 그 브런치를 더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위치 : 압구정역에서 갤러리아 백화점 방향으로 직진. 성수대교 사거리 오른편 LG패션 빌딩 서관 1층
영업시간 : 오전 11:00~ 새벽 02:00
전화번호 : 02-511-1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