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5일은 금호타이어의 전신인 삼양타이어공업회사가 문을 연지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회사는 모기업인 광주여객이 타이어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직접 양질의 타이어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에 의해 설립됐다. 초창기 하루 20개를 만들었던 타이어 생산은 이제 하루 18만개의 타이어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8개 생산공장에서 연간 6500만개를 생산하는 세계 톱10 타이어 회사의 50번째 생일은 상당히 초라했다. 9월1일 서울 신문로 본사와 광주공장에서 내부행사로 치러진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그룹 관계자나 외부 인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박삼구 명예회장이나 그의 아들인 박세창 상무의 얼굴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업계 뿐 아니라 산업계 전체에서 보더라도 기념비적인 날이지만 정작 이날 폭죽은 없었다. 모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등 무리한 확장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고, 금호타이어 역시 지난해 적자전환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라는 2중고에 처해있기 때문이었다.

-난파선 선장의 결단 ‘제품을 버려라’

일각에서는 이런 금호타이어를 두고 난파선에 비유하기도 한다. 금호타이어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항공기 타이어와 F1 타이어 기술력을 갖고 있는데다 전 세계 9개 해외법인과 16개의 지사를 보유한 제법 규모가 큰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글로벌 경기 불황에 워크아웃에 돌입했으니 침몰하는 타이타닉과 닮은꼴이다.

대형 여객선에 구멍이 난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자신이 선장으로 추대됐다면 그 참담한 기분이란 말 할 필요도 없다. 그 기분을 느낀 인물이 바로 김종호(62) 사장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 IDT사장에서 금호타이어 총괄사장으로 깜짝 임명됐다. 전임 오세철 사장이 재선임된 지 불과 열흘 만에 벌어진 인사였다. 그룹은 적자전환과 유동성 위기에 따른 돌파구를 김 사장의 영업력에서 찾겠다는 계산이었다.

취임 후 김 사장은 파격적인 지시를 내렸다. 악성 재고 물량을 모두 폐기처분하라는 것. 지난해 전국 20만개의 타이어가 금호타이어 직원들의 손에 의해 찢겨졌다. 모두 판매가 가능했던 제품이다. 마치 침몰을 앞두고 배 안의 물건을 모두 바다에 던지라는 선장의 비장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개당 10만원 꼴, 약 2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김 사장이 찾고자 했던 것은 브랜드 정신이었다. 제품에 하자가 있는 물건이 극소수인데다 싼 값에 처분할 수 있음에도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폐기를 결정한 것이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판매되지 않은 제품을 회수해 전량 소각하는 것과 같은 그림이다.

100여명의 직원들의 손을 통해 직접 페기한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직원들에게 재고관리가 잘못됐음을 인식시켜주기 위함이다. 김 사장은 이날 "생살을 찢는 아픔으로 타이어를 찢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재고관리의 실패를 몸소 체험하라는 의중이 담긴 메시지였다. 이후 금호타이어는 재고 타이어 폐기로 인해 품질관리라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냄비 속 개구리, 탈출이 급선무

지난 3월25일, 신문로 금호아시아나1관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경영 설명회에 의외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노사협상으로 밤잠 못 이루던 김종호 금호타이어 사장이 핼쑥한 모습으로 설명회장에 나타난 것. 외부 컨설팅업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사장이 직접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날 김 사장은 회사를 ‘냄비 속 개구리’라고 언급했다. 금호타이어의 현실이 마치 냄비 속 끓는 물에 허우적대고 있는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컨설팅업체가 금호타이어의 도산을 언급했던 만큼 분위기는 침울한 터였다.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냄비에서 죽지 말자’며 직원들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는 김 사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진행은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분기 흑자 전환에 이어 2분기 역시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부채비율 역시 기업개선작업 이전 시점인 300%대로 낮췄다.

워크아웃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산설비 확장을 고려 중이다. 김 사장은 ‘마제스티 솔루스’ 출시회에서 “글로벌 시장의 주문이 폭주하면서 제품이 없어 팔지 못하는 지경”이라며 “채권단과 협의해 베트남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가 신규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노조와의 갈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다. 노조에 따르면 40%에 이르는 임금 삭감을 감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체불임금 이자 지급을 미루는 등 사측의 불성실한 계약이행을 지적하고 있다.

 

노조와의 갈등은 박삼구 명예회장 복귀문제에서 도드라진다. 김 사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 복귀하실 때가 됐다"고 박 명예회장의 경영복귀에 대해 문제가 없음을 언급했다. 하지만 노조측은 9일 서울 본사에 방문해 "박 명예회장의 경영복귀를 결사반대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노조의 흑자 노력에 편승해 경영부실의 핵심이 올해 말 경영복귀를 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올해 본사 기준 매출 2조6000억원을 기대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와의 갈등을 넘어 회생의 불꽃을 되살릴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회생의 키는 선장 김종호 사장이 쥐고 있다.



약력

1948년 서울 종로 출생

1973년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1976년 금호실업 입사

1999년 해외영업담당 상무

2002년 영업총괄부사장

2005년 한국복합물류 대표이사 사장

2008년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사장

2009년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