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이른바 '페이스 오프(face off)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페이스 오프 창업은 리모델링, 리뉴얼, 업종전환 등과 비슷한 의미지만 이보다 더 획기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매출 변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페이스 오프는 1997년 존 트라볼타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는 수사를 위해 범인과 얼굴을 바꾼 형사가 주인공으로 범죄자와 형사의 외모가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이나믹하게 그렸다.
페이스 오프는 이후 성형, 자동차 튜닝, 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극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페이스 오프 창업 또한 매출 부진을 겪는 창업자들에게 획기적인 탈출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점포비와 인테리어비 아끼고 2200만원에 페이스 오프
아토리 목동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미라 씨는 지난해 3월 영어유치원 프랜차이즈와 가맹계약을 맺었다가 8월에 새 브랜드로 갈아탄 경우다.
최씨는 교육업 전망을 밝게 보고 서둘러 창업했으나 목동의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미 점포 구입비로 5000만원, 인테리어비로 1억원을 투자한 그는 결국 페이스 오프를 단행했다.
인터넷을 통해 교육 업종을 면밀히 살핀 다음 발로 뛰고 주변 엄마들의 의견 조사까지 거쳐 최씨가 선택한 업종이 현재의 감성영어놀이학교인 아토리 유아전문사업이다.
아토리가 여타 유아영어교육과 다른 점은 요리, 그림 및 미술작품 만들기, 나라별 문화 활동, 블록놀이, 동작놀이 등 다양한 예술적 활동을 영어로 진행하면서 아트와 영어교육을 결합했다는 것이다. 주변에 흔한 영어유치원과 달라 경쟁자가 적은데다 일반 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최씨는 점포구입비와 인테리어비를 제외하고 가맹비와 프로그램비 2200만원, 초도물품비 550만원 등 추가로 2750만원만 들이고 페이스 오프를 할 수 있었다.
가맹본사에서 기존 인테리어를 최대한 살리도록 배려했기 때문. 최씨는 현재 60평 규모의 교육장에 월 100여명의 원아를 모집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 5년에 한번씩 얼굴 바꾼다
5년 정도의 단위로 페이스 오프가 가능하도록 전면적인 리모델링 버전을 내놓는 프랜차이즈업체들도 늘고 있다.
돈가스· 우동 · 초밥 전문점인 '코바코'(www.cobaco.com)는 1999년 설립 이래 1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해온 외식 브랜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릇에 코를 박고 먹는다'는 의미를 담은 코바코는 최근 페이스 오프 버전으로 '코바코의 돈가스베이크하우스'를 선보였다.
돈가스는 튀긴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오븐에서 구운 돈가스를 새로운 컨셉트로 내세웠다. 굽는 돈가스 조리를 위해 도입한 오븐기를 활용한 '또띠아 피자류'와 '베이크 치킨과샐러드' 메뉴도 개발해 기존 메뉴를 선호하는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층과 칼로리 부담 때문에 튀긴 음식을 멀리하던 여성 고객까지 공략하고 있다.
일반 돈가스와 우동, 초밥 메뉴를 취급하던 매장이 돈가스 베이크하우스로 변신하려면 페이스오프를 단행해야 한다. 15평 매장 기준으로 6평의 조리 공간과 7~10개 정도의 테이블 수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맹본사 하동수 차장은 "15평 내외의 가맹점은 오븐과 주방 확장 공사에 따른 공사비만 부담하면 새로운 컨셉트의 구운 돈가스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170여개 코바코 매장 중 절반 정도는 10평 규모다. 이 경우에는 페이스 오프에 따른 수익향상 수준을 면밀히 검토한 후 15평 규모 매장으로 재입점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
16년간 도시락전문점 사업을 해온 '한솥도시락'(www.hsd.co.kr) 역시 10평 규모의 도시락 매장을 15평 규모의 카페형으로 꾸미는 변신을 단행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12년간 남성헤어컷 시장에서 선두를 달려온 '블루클럽'(www.blueclub.co.kr)도 인테리어와 간판 교체 작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베이커리 전문브랜드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역시 지속적인 리뉴얼 매장 컨셉트와 함께 페이스 오프 창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맥주와 와인 판다
해외에서는 커피전문점의 대명사인 스타벅스가 벌이는 변신 실험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최근 미국 시애틀에 와인과 맥주, 치즈를 접목한 리모델링 매장을 3개월 공사 끝에 내놓았다. 커피전문점에서 와인과 맥주까지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재 미국의 몇몇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운영중인 이런 시도 역시 페이스 오프 전략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 1971년에 창업한 스타벅스는 현재 50여개국에서 1만60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나 경기침체와 저가 커피제품을 앞세운 던킨도너츠와 맥도널드의 반격에 고객들을 빼앗기면서 고전하고 있다.
■ 페이스 오프 창업 시 유의할 점
1. 투자비와 매출 상승 효과를 고려해 선택한다.
2. 현재 상권의 특성과 경쟁 업소의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한다.
3. 기존 시설과 집기,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4. 새로 선택한 업종이 이미 검증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5. 매장 운영 시 페이스 오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6. 대출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7. 매출이 50% 이상 떨어진 상태일 때는 다소 과감하게 페이스 오프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