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동조합이 본사와 주요 계열사의 임금·인센티브·근무제도를 하나의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통합교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인별 교섭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네이버 본사를 상대로 계열사 통합교섭을 요구했다. 오는 20일 통합교섭 선포식을 열어 공동 교섭 의제를 공개한 뒤 이달 말 네이버에 교섭 개시를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통합교섭은 네이버 본사와 계열사가 각각 진행해온 임금협약과 단체협약, 인센티브, 근무제도 등을 하나의 교섭구조에서 논의하는 방식이다. 네이버지회는 올해 8월 현재 네이버를 포함한 28개 법인에서 약 6200명이 가입한 상태다. 이 가운데 16개 법인과 매년 약 150차례 교섭을 진행하느라 1000시간 이상을 소모한다고 설명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자회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독립된 회사라고 보기 어려운 법인을 본사의 부서처럼 운영하면서 교섭할 때만 법인별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라며 "실질적인 기업구조와 교섭구조가 일치하지 않아 노동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네이버가 주요 계열사의 인사와 재무, 보상체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계열사 이사진의 절반 이상을 네이버 임원이 겸직하고 있으며 일부 법인은 대표가 여러 회사를 동시에 맡거나 하나의 인사조직이 여러 계열사의 인사업무를 총괄한다는 설명이다.
인센티브도 네이버 경영진과 각 법인이 참여하는 전략회의에서 결정되고 네이버의 교섭 결과가 교섭에 참여하지 않은 법인에 함께 적용된 사례가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커넥티드 워크', 복지·인트라넷 시스템도 계열사가 공통으로 운영하고 법인 간 인력 이동도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오 지회장은 "계열사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네이버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도 노조 주장의 근거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에게 사용자 책임을 부여한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본래 원·하청 관계를 주된 맥락으로 만들어졌지만 지배력을 가지면 그 범위에서 책임도 져야 한다는 원칙은 기업집단에도 동일하다"며 "자회사를 직접 통제하면서 법인이 다르다는 형식적인 이유로 교섭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주회사는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기업집단은 법인이 분리돼 있어도 경제적으로 통합된 실체"라며 "(이것이)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행사를 막는 엄폐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