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자금이 필요한 이유
일반적으로 가정이 저축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네가지다. 첫째, 통장에 돈이 별로 없는데 갑자기 돈이 필요한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사람들은 저축하지 못한다. 둘째, 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소득 대비 과다하게 지출할 경우 저축하지 못한다. 셋째, 빚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빚을 졌다가 이자 내느라 바쁘게 되면 저축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이것저것 보장성 보험에 가입했다가 보험료가 과다해지면 저축하지 못한다.
저축하지 못하는 가정의 특징을 보면 이 네가지 특성 중 적어도 하나는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이 네가지 이유 중 첫번째 이유인 ‘비상자금의 필요성’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만약 갑자기 가정의 주소득원이 ‘실직’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의 가정은 몇개월을 버틸 수 있는가? 미국의 저명한 재무상담사인 데이브 램지가 쓴 책 <절박할 때 시작하는 돈 관리 비법>을 보면, ‘40%의 미국인들이 당장 소득원이 없어지면 한달을 못 버틴다’는 충격적인 통계치가 나와 있다.
예를 들어 맞벌이를 하는 부부의 경우 외벌이가정보다 현재의 급여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현금흐름을 믿고 주택 구입, 자동차 구입, 자녀 교육비 등에 고정적인 지출 규모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매월 벌어들이는 소득을 믿고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은 것은 물론 새차를 할부로 구입하고 자녀에 대해서도 교육비 규모를 늘려 놓았는데 만약 둘 중 한명이 직장생활을 그만 두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자, 할부 비용, 교육비 등은 소득에 따라 줄일 수 있는 변동 지출의 항목이 아니라 반드시 지출해야 할 고정 지출 항목이므로 소득이 낮아진 비율만큼 지출액을 줄이지 못해 월간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비상자금이 없다면 주택 구입이나 자녀 대학 등록금 명목으로 불입하고 있던 저축을 해약해서 생활비로 써야 할 것이고, 그나마도 없다면 가정의 재무건전도가 급격하게 낮아질 것이다.
◆비상예비자금은 월지출액의 3~6배 확보하라
일반적으로 비상자금은 ‘정말 긴급할 때’ 사용하는 비상예비자금과 ‘고정 저축을 늘리기 위한’ 생활비 보조자금으로 나뉜다.
비상예비자금은 주소득원이 실직을 당하거나 가족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병원비가 부족한 경우와 같이 ‘정말 긴급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말한다. 만약 이러한 비상예비자금이 없다면 신용카드 또는 대출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부득이하게 빚을 지게 되거나 다른 목적으로 저축하고 있는 통장을 해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비상예비자금은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빚을 지지 않고 저축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기 위해 월 지출액의 3~6배 정도는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언제라도 찾아쓸 수 있어야 하므로 CMA나 MMF와 같은 유동성 계좌에 넣어놓는 것이 좋다.
◆생활비 보조자금 활용법
비상자금이 필요한 두번째 이유는 고정 저축을 늘리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연봉이 같지만 급여 지급 방식이 다른 상황을 가정해보자. A라는 회사는 급여 지급을 평달 200만원, 상여달 400만원 식으로 지급하고, B라는 회사는 급여 지급을 평달, 상여달 구분없이 매월 3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어떤 회사에 소속돼 있는 직원이 고정 저축을 많이 할까?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매월 고정적으로 급여를 받는 회사의 직원이 저축을 더 많이 하는 경우가 많다. A회사 직원의 경우 수입이 원칙적으로는 월 평균 300만원이지만, 매월 수입이 불규칙하다보니 평달에는 조금 덜 쓰고, 상여달에는 과다하게 지출하는 패턴이 많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건 평균 소득 개념으로 저축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생활비를 보조할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다.
만약 A회사에 있는 직원이 생활비 보조자금으로 200만원을 통장에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직원은 평달에 월 200만원이 들어오지만, 생활비 보조자금에서 100만원을 소득계좌로 이체해 월 300만원을 기준으로 저축 계획을 세울 수 있고, 상여달에는 반대로 월 400만원의 급여에서 100만원을 생활비 보조계좌로 입금해 월 300만원을 기준으로 지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생활비 보조자금이 있을 경우 정기 수입은 정기 지출로, 비정기 수입은 비정기 지출로 연동시키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조사비, 자동차 보험료, 세금, 명절 휴가비 등은 대충 예측은 되지만 매월 발생하지는 않는 비정기 지출이다. 일반적인 가정에서 고정 저축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비정기 지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고 고정 저축액을 늘리기 위해서 생활비 보조자금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과 상여나 연가보상비, 연말정산 세금 환급액, 기타 수당 등과 같은 비정기 수입을 생활비 보조계좌에 넣어놓고, 여기에서 비정기 지출을 한다면 고정 저축을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예전 가족들과 함께 갔던 강릉여행 때 오죽헌을 들렀던 적이 있다. 거기서 율곡 이이 선생의 ‘격몽요결’ 문구를 본 적이 있는데,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특히 낭비를 줄이고 사치를 막아 조금씩 저축으로 여유를 만들어 놓아야 뜻밖의 일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지혜는 그대로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