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전국 최소 16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민생지원금 지급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재정 자립도가 열악한 곳이어서 재정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경동시장 한 점포에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스 1



추석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현금성 민생지원금 지급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 가계에 도움을 주고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분이지만, 정작 악화된 지방재정 사정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충남 당진시처럼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곳까지 포함하면 현금 지원에 나선 지자체는 최소 16곳이 넘는다. 상당수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내건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어서 일각에선 "사실상 당선 사례금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전남광주특별시 함평군은 다음 달 7일부터 전체 군민 2만9300여 명에게 1인당 50만 원씩 민생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151억1000만 원을 확보했다.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할 예정인 전북 부안군은 200억 원대 군유지를 매각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광주 고흥군, 나주시, 장성군과 경남 의령군·하동군, 충북 영동군 등도 30만∼50만 원의 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민생지원금이 일시적으로 소비를 늘리고 지역 상권에 온기를 돌게 하는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원금을 뿌리는 상당수 지자체들의 재정 형편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재정자립도가 고흥군 6.4%, 함평군 8.2%, 의령군 8.3% 등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자체 수입만으론 기본적인 살림조차 꾸리기 어려운 곳들이다.

현금 지원 처방이라도 동원해야 지역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수십억, 수백억 원의 현금을 한꺼번에 풀려면 다른 사업을 줄이거나 지방교부세와 각종 기금 등 가용 재원을 끌어다 쓸 수밖에 없다. 군유지까지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도 단체장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진시 같이 지방의회라도 제동을 걸지 않으면 지자체의 재정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경기도가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것도 지방정부의 방만한 지출에 경종을 울린다. 올 6월 기준 경기도 채무는 7조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세입 여건 악화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동안 지역화폐와 청년기본소득, 기회소득 등 각종 지출 사업이 잇따라 늘어나면서 재정의 경직성이 커진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경기도처럼 세수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대형 지자체마저 기존 사업을 줄여야 할 형편이라면 재정자립도가 한 자릿수인 지자체들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방교부세와 기금을 끌어모아 일회성 지원금을 지급하고, 부족해진 재원을 다시 중앙정부 지원으로 메우는 일이 반복된다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은 갈수록 멀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