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 위원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사진=뉴시스


살던 아파트를 재건축하느라 전세로 옮긴 조합원 A씨. 세금 측면에선 공사기간의 절반 만큼 거주기간으로 인정받아 중과를 피할 수 있지만, 금융 측면에서 비거주자로 취급돼 전세대출보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정부의 8·13 부동산 대책에 담긴 비거주 기준이 열흘 전 발표된 세법개정안과 어긋나면서 생기는 문제다.

1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가진 1주택자가 본인과 배우자 모두 그곳에 살아본 적 없이 소유주택을 임대한 경우 내년부터 전세대출보증을 새로 받거나 만기 연장할 수 없다. 이날 나온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 담긴 내용이다.



정부가 이처럼 전세대출보증 제한을 확대한 것은 세입자 보증금을 매입 자금으로 쓰는 '비거주 갭투자'를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위 자료를 보면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받은 전세대출은 9조3000억원, 대출건수 기준으로는 약 6만건 규모로 파악된다.

문제는 이 기준이 지난 3일 나온 세법개정안의 '비거주' 판별 기준과 다르다는 점이다. 재정경제부의 세법개정안, 국토교통부의 공급대책, 금융위의 금융대책은 모두 큰 틀에서 하나의 부동산 대책 패키지다. 같은 정책 안에서 세부 기준 차이로 현장의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발표된 세법개정안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더라도 과세 시점에 거주로 인정받는 길'을 여럿 뒀다. 일례로 등록임대주택의 임대기간은 연 2%씩 최대 30%까지 거주기간으로 쳐준다. 재개발·재건축 공사기간의 절반도 거주기간으로 인정한다. 1년 이상 살던 집에서 취학이나 전근, 부모봉양 같은 사유로 다른 시·군으로 옮긴 기간은 최장 3년까지 거주로 인정한다.



하지만 전세대출보증 규제의 예외 범위는 더 좁게 설정돼 있다. 법적 의무에 따른 실거주 예정, 임대차계약 승계, 보증금 미반환 등이 전부다. 만약 등록임대사업자가 전세대출보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출이 막힐 수 있다. 정비사업 조합원도 마찬가지다. 준공 뒤 분담금이나 자녀 학교 문제로 새집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 전세대출보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기준이 서로 다르다 보니 반대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대출규제상 비거주로 간주하지 않지만 세법상으로는 비거주로 보는 경우다. 부모나 자녀에게 세를 준 경우 금융위는 대출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는 세법개정안에 없는 예외규정이다. 대출 규제가 아파트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세법상 종합부동산세 비거주 판정은 주택 종류와 무관하다는 점도 다르다.

관련 정부부처 실무자 사이에서는 정책을 세밀하게 설계하고 조율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부처 실무자는 "여러 부처가 관계된 정책은 안건 한 가지만 조율하려고 해도 물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연속토론회가 지난달에야 열렸고 부동산대책을 점검하고 보완할 사항이 많아지면서 업무가 몰렸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