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8일 어버이날, 하나금융그룹이 신입직원과 부모를 초청해 어버이날 행사를 가졌다. 이날 진행된 행사에는 외환은행 직원들도 참석하도록 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직원들의 참석률은 저조했다.

외환은행의 한 직원은 "(외환은행 임직원 입장에선) 1년을 넘게 하나금융과 적대시해 왔는데 하나금융 관계자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며 "굳이 이러한 보여주기식의 행사를 강행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에 인수된 것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어 이러한 통합 행사가 달갑지 않다는 얘기다.
 
앞서 진행했던 어린이날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직원 가족을 동원해 화합을 꾀하려던 자리는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막을 내려야 했다.
 
이에 따라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 행장은 취임 이후 바닥으로 떨어진 외환은행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 직원의 마음을 얻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윤 행장의 소속이 하나금융이라는 것도 직원들의 불신을 해소시키기 어렵게 하고 있다.  
 


화합 위해 애쓰지만…
 
윤용로 행장은 지난해 3월 외환은행장에 임명된 후 외환은행 노조의 '비난 대상 1호'였다. 노조의 투쟁 구호에는 어김없이 윤 행장을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나금융이 정식 인수한 후에도 노조와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출근 저지를 당하는 등 수모를 겪었다. 윤 행장은 올해 2월 비로소 노조와 합의하고 정식으로 취임했다.
 
어렵사리 취임한 윤 행장은 그동안 지체된 행장 업무를 만회하려는 듯 밤낮을 잊은 채 고군분투했다. 그는 외환은행의 전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자행한 단기성과 위주의 경영으로 훼손된 영업력 다지기에 집중했다. 외환은행 직원의 마음을 추스르고 화합을 도모하는 임무도 윤 행장의 몫이었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일단 영업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윤 행장의 의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영업부의 한 직원은 "윤 행장 취임 후에 각종 판촉행사와 고객 유치활동이 활발해졌다"며 "현재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의 기반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행장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인사를 서둘렀다. 그는 조직개편을 통해 영업과 마케팅 부문을 강화하는 대신 본부 조직을 슬림화해 영업에 중점을 뒀다. 
 
외국계은행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는데도 몸소 나섰다. 행장 자신이 이례적으로 외환은행 광고에 출연한 것이다. 윤 행장은 자신을 모델로 함으로써 경영자가 외국인이 아닌 내국인임을 강조하는 한편 흐트러진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로 삼았다.
 
윤 행장은 최근에는 직원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개별 지점을 돌고 있다. 8000여명의 외환은행 임직원을 일일이 만나 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대화의 장을 열기 위해서다.

5년 후 통합 vs 5년 후 재논의
 
이처럼 윤용로 행장이 직원과의 화합에 애쓰고 있지만 양사의 합병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는 여전히 뚜렷하다.
 
우선 외환은행 직원들은 5년 후에는 하나금융에 합병되는 것이 백지화되고, 처음부터 재논의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독립경영을 철저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한 외환은행 직원은 "5년 동안 독립경영을 보장 받았으니 체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후에 합병이 되더라도 서로의 우수성을 따져보고 외환은행의 권리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합병이 되고 안 되고의 여부는 5년 후에 결정이 지어지는 것임에도 하나금융 측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외환은행을 흡수시키려 하고 있다"며 "독립경영이라는 조건을 희석시키려고 여신이나 리스크 관리를 하나은행 방식으로 하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직원은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받았지만 외환은행의 정보를 요구하는 등 독립경영을 침해하는 행위들이 벌써부터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언론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윤 행장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윤 행장은 5년 후 재논의가 아닌 합병을 전제로 한 독립경영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한 직원은 "윤 행장의 신분 자체가 하나금융 소속이기 때문에 지주사 회장의 통제 아래 있다"며 "하나금융과 다른 시각을 갖게 되면 연임되는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이렇게 상이한 시각차는 인수 이후 크고 작은 갈등이 벌어지는 주 원인이 되고 있다. 가족의 달 행사 때의 마찰 외에도 당진지점 개점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노조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당진 지역에 점포를 개설하려 했으나 하나금융이 이를 막고 대신 하나은행 점포를 열었다는 것.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합의한 대로 5년 동안 독립경영을 잘 지키는 것이 관건인데 인수된 지 석달도 되기 전에 독립경영의 원칙을 흐리는 행동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행장이 강성 노조 등으로 인해 고유의 능력을 발휘하는데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다만 윤 행장이 첫 행장을 맡았던 기업은행에서 보여준 성과를 고려할 때 앞으로의 행보가 그리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장 시절, 기업고객에서 개인고객으로 눈을 돌려 1000만 개인고객을 달성하는데 초석을 다지는 등 '혁신과 변화의 전도사'로 통했다. 그가 외환은행의 수장으로서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물꼬를 틀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