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LCC)의 세계시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한국 LCC의 성장환경이 크게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최대 수송실적을 기록한 항공사 1위와 3위는 각각 유럽권 LCC의 대표주자인 라이언에어(7100만명)와 이지젯(3770만명)으로 나타났다. 국내선 수송실적에서도 세계 최초로 LCC 역사를 개척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가 1060만명을 수송하며 대형항공사인 델타(900만명)와 유나이티드(444만명)를 압도했다.
 
아시아태평양항공센터(CAPA)가 집계한 전 세계 LCC 수는 지난 6월 기준 총 129개사. 대륙별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권이 51개로 가장 많고 LCC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유럽권이 42개로 그 뒤를 잇는다. 주목할 만한 것은 아시아태평양권에서 우리나라는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5개 LCC가 취항해 6개 항공사가 취항 중인 인도에 이어 2번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국내 LCC는 세계 LCC의 성장세에 비해 다소 더딘 게 현실이다. 특히 항공사의 브랜드 파워와 경쟁력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노선 확보가 근간인데 다른 나라의 LCC에 비해 한국 LCC는 노선확보 경쟁력에서 유독 취약하다.
 


◆항공시장 성장에 찬물 끼얹는 '부분자유화'

전 세계 LCC의 모델이 되고 있는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는 1985년 취항 이후 현재 수도 더블린과 영국 스텐스테드를 허브로 유럽 26개국 155개 도시에서 하루 1300여차례 운항하고 있다. 이 항공사가 20년이 안되는 기간동안 이처럼 빠른 속도로 노선을 확대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EU의 항공자유화’다.

지난 1987년 이후 3단계에 걸쳐 항공자유화를 이룬 EU는 1993년 완전 항공자유화를 이끌어 냈다. 특히 1997년에는 EU 역내 취항을 원하는 도시에 자유롭게 취항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고, 항공주권을 이유로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외국항공사의 국내선 운항 즉, 카보타지(Cabotage)까지 허용함으로써 시장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유럽 못지않게 동남아시아나 일본의 항공 자유화 역시 갈수록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008년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 10개 회원국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 오는 2015년 단일 항공시장 형성을 목표로 하는 항공협정을 채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회원국은 양자간 협정을 통해 수도간 항공자유화 등 점진적 시장 개방을 추진 중이다.
 
일본도 자국 LCC 출범 이전부터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에 LCC 전용터미널 건설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원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아시안 게이트웨이’ 구상을 통해 시장개방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물론 한국 정부도 지난 6월20일 파나마와 여객 및 화물에 대해 항공자유화를 합의함으로써 여객 25개국, 화물 38개국과 항공자유화 합의를 이끌어 냈다. 앞서 2005년에도 태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권 국가와 항공자유화에 합의했고, 최근 지정항공사 수 제한을 폐지하는 등 실질적인 자유화 효과를 높이기 위한 후속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LCC 상황은 우리나라를 기점으로 여객수송실적에서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부분 자유화'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최대 항공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과는 2006년 6월 산둥성과 해남도에 대해 시범적 자유화를 실시했고, 매년 회담을 통해 단계적 항공 자유화 실시를 합의하기는 했으나 현재까지 답보상태다.



유럽-동남아 LCC 대비 열악한 환경
 
이처럼 유럽과 동남아시아권 LCC가 한국 LCC보다 성장속도가 빠른 것은 2006년에야 태동한 한국 LCC보다 월등히 먼저 시작했다는 요인 외에도 다양한 환경의 차이가 관여한 부분이 있다.

우선 허브공항이 아닌 보조공항 이용을 통한 원가 절감 등 항공사 자구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LCC A사 관계자는 “LCC 분류기준의 주요요건 중 하나인 ‘항공기 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항공사의 노력’이 매년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저비용항공사의 무리한 운항’으로 잘못 이해됨으로써 여론이 호도되고 있다”며 “서브공항 활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기존항공사와 똑같은 조건에서 순수 자구노력 만으로 운임을 낮췄음에도,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매도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산술적 또는 5개 LCC의 균형성장을 이유로 한 정략적인 노선권 균형 배분도 LCC시장 발전에 저해요소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올 초 항공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김포~대만 쑹산 노선의 운수권이 당시 매각협상이 진행 중이던 부실한 후발항공사 등에 ‘균형성장’을 이유로 배분한 것이 문제였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항공정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설립인가를 내줘 부실한 LCC를 양산,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정부가 부실한 LCC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 LCC정책의 초점을 균형성장에 맞추고는 있지만 여전히 LCC 자생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상위 LCC업체들은 "정부의 LCC 균형성장 추진정책이 오히려 한국LCC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B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국내 LCC는 ‘안으로부터의 홀대’를 받는 동안 국가의 정책적 지원 등을 바탕으로 착실히 성장한 해외 LCC의 한국 진출 등 ‘밖으로부터 공격’까지 받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LCC의 위기는 단순한 개별항공사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한국 LCC 육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