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이나 인도를 한 번 찾았던 여행가들은 그 향수를 못 잊어 다시 찾는다 한다.



처음 몽골을 찾았을 때 아스팔트만을 쫓았던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결국 2009년 다시 몽골을 찾았다. 9박10일의 짧은 일정으로 이번에도 진짜 사막을 밟진 못했으나, 초원을 원 없이 달린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언젠가 저지르고 말 알타이 고비사막 단독횡단을 위한 전초전 정도로 마음을 달랬다.



▲ 테렐지 국립공원을 들어가는 갈림길 표지판(10시 방향이 테렐지 31km)
울란바타르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40km 가다보면, 테렐지 국립공원으로 좌회전하는 길목이 나온다. 표지판이라는 게 외국인은 읽기 힘든 키릴문자로 적혀있고, 게다가 보일 듯 말 듯 희미하다.



그런데 우리 인생 갈림길에는 희미하나만한 안내 표지판조차 없을 때도 있다. 때론 엉뚱하게 다른 길로 들어섰다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좋은 사람이나 소중한 깨달음을 만날 수도 있다. 지도나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하는 여행이 아니면, 내면의 나침반으로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자 한다.



▲ 유목민 가족이 게르를 해체해 이삿짐을 싸고 있다
파라볼라 위성 안테나와 트럭에 이삿짐을 싣는 모습을 보니, 유목민 생활도 역시 많이 변했다. 웬만한 게르(유목민 이동식 집)에선 솔라 셀(태양판) 패널을 설치해 TV와 전등을 켜고 있으며, 한 가족에 핸드폰 하나 정도는 보급되어 있었다. 유목민의 전통 문화를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이 줄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봤지만, 이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 이기적인 발상이 아니었나 반문한다.



▲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운 드넓은 초원지대
거리 측정에 도움 될 만한 이정표가 없어, 저 건너 언덕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거리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꾸준히 걸어가거나 달리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단순 믿음 외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지나치게 목표 지향적인 여행이나 삶은 사람을 지치게 하거나 병들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행 전에 준비하는 단계부터 시작해, 목적지로 가는 과정의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여행 그 자체이듯, 우리 삶도 'Here and Now'를 되새겼음 한다.



▲ 관광객을 기다리는 낙타와 독수리
인증 사진 촬영용 낙타와 독수리가 주인과 함께 외국 관광객을 기다리다 지쳐 앉아있다. '나 여기 왔소!' 하며, 보여주기 위한 인증사진은 아무래도 어색하긴 하나, 그래도 오래되어 희미한 추억을 되살리기엔 어쩔 수 없는 필수품이 아닌가 한다.



▲ 민가에 무료로 초대 받아 극진한 대접을 받다
말이 아닌 오토바이로 소떼를 몰던 어느 목동이 갑자기 "한국사람 아닙니까?"하고 외친다. 오래 전에 평택과 안산 등지에서 일했다는 그는 꽤 유창한 한국말로 "형! 우립 집 가서 저녁 먹고, 자고 내일 아침 먹고 가요. 돈 필요 없어요!" 라지 않는가.



오토바이를 쫓아 그의 집에 들어서자 온 가족이 반기다. 몽골 전통의 수태차 등을 내주었다. 사진 속 그의 부친은 산림경찰과 소방경찰 40년 복무를 자랑하고, 유창한 러시아어로 가족 자랑을 늘어놓았다. 가족 모두가 말 타기 베테랑으로 수많은 상장과 메달을 통해 증명하면서, 경주용 말도 20마리나 갖고 있다 한다. 그 역시 아내와 함께 한국에서 일하던 아들의 초청으로 서울을 방문했고, 63빌딩과 한강을 이야기할 때는 엄지손가락을 연신 추켜세웠다.



▲ 테렐지 길목
점차 고도가 높아지면서 숲도 제법 나타나기 시작한다. 시간이 없어 안까지는 들어가지 못하고 대략 산 냄새만 맡고 내려왔다. 우연히 마주친 프랑스 여성은 몽골을 제대로 느끼려면 적어도 한 달은 족히 걸린다고 귀띔한다.



▲ 강가에서 오토캠핑을 하던 몽골인 가족과 점심식사
강이 내려다보이는 가까운 언덕 위에서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강가로 내려가 야영 준비를 했다. 텐트를 펴자 몽골 아저씨가 찾아와 텐트 치는 걸 도우면서 한국말로 점심 같이 먹자 한다. 잘 쪄진 소고기 큰 덩어리를 오이절임 한 가지에 통째로 배를 채웠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넘나드는 중고 자동차 딜러로 자신의 일본 고급 SUV를 가리키며, 부를 자랑한다. 인천 송도와 서울 장한평 중고자동차 시장도 잘 안다면서, 부인도 한국말 몇 마디로 거들었다.



▲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데, 아무 쪽인들 어떠리
결국 서쪽으로 몇 십 킬로를 가다 어느 게르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다. 여행객에 대한 유목민의 호의는 오랜 전통이다. 몽골 유목민의 풍습에 대해 론리 플래닛 몽골판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환대는 유목민의 오랜 전통으로 여행객은 주저 없이 게르를 찾을 수 있다. Hospitality is an old custom on the steppers: visiters are invited in without question on arrival at a distant ger.'



※ 박주하 객원기자 : 노마드자전거여행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