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일산에 사는 박모씨(51)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아들의 대학등록금을 내기 위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먼저 대학에 들어간 첫째 딸의 한학기 등록금 500만원도 쉽지 않았는데 입학금과 등록금을 더해 600만원이 훌쩍 넘는 아들의 학비까지 한꺼번에 감당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딸의 해외어학연수를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을 생각이다.
#3. 학습지 교사를 하는 김모씨(37)는 100만원 남짓한 월급을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아이의 사교육비로 모두 지출한다. 이란성 남녀 쌍둥이인 아이들은 주중에는 영어와 미술수업을 받고 수영을 배운다. 주말에는 남자아이는 축구교실에 가고 여자아이는 피아노 레슨을 받는다.
사진_뉴스1 박지혜 기자
과도한 자녀 교육비 부담으로 빈곤하게 사는 '에듀푸어'(edu poor)가 늘고 있다. 고학력과 좋은 학벌이 자녀들의 소득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고 믿는 부모들은 물가 상승과 경기불안 등에도 불구하고 교육비를 줄이지 않는다. 하지만 무턱대고 학원에 보낸다고 해서 아이의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사교육은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
국내 한 병원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연구팀은 하루에 4시간을 초과해 사교육을 받는 초등학생들이 4시간 이하로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에 비해 3배 이상 우울증상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교육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다보면 자녀의 학습능력과 건강은 물론 자신의 노후까지도 잃을 수 있다.
김대근 미래에셋 은퇴교육센터 선임연구원은 "자녀교육비는 미래를 위한 저축과 다른 소비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며 "한달에 지출 가능한 교육비 규모를 먼저 정하고 자녀가 배우고 싶은 것을 예상한도 내에서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자녀의 합리적인 소비능력과 학습효과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산층도 '교육 빈민'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이 지난 20년 동안 크게 증가하면서 가계의 재무상태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 및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90년 94만원에서 2011년 389만4000원으로 4.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교육비는 5만원에서 30만4000원으로 6배 늘어났다. 소득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5.3%에서 12.6%로 커졌다.
부채가 있고 가계지수가 적자임에도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 지출로 빈곤하게 사는 교육 빈곤층(에듀푸어)도 늘고 있는 추세다. 국내 교육빈곤층은 작년 말 기준 82만4000가구로 추정된다. 자녀 교육비 지출이 있는 가구의 13%, 자녀 교육비를 평균 이상 지출하는 가구의 28.5%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 중 73.3%인 60만5000만 가구는 중산층에 해당한다.
에듀푸어의 자녀교육비 지출 규모는 평균보다 50% 이상 크다. 자녀교육비 지출이 있는 일반가구는 평균적으로 가계지출의 18.1%를 교육비에 사용하는 반면 에듀푸어는 28.5%를 사용한다.
에듀푸어 중 대학 재학 중인 자녀를 둔 가구의 교육비는 월평균 88만5000원으로 가장 많고, 중·고등학생 81만1000원, 유치원·초등학생 84만8000원이었다. 아울러 에듀푸어는 교육을 제외한 보건·교통·통신·음식 등 다른 의식주 부문에 대해서는 평균 이하의 소비를 하는 특징이 있다.
조호정 현대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초·중·고 과정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공교육 내실화와 더불어 사교육 필요성 자체를 줄여가는 지속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교육 재정 확충과 맞춤형 학자금 융자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학력 위주에서 벗어나 능력과 직업 개발과정을 활성화하고 고졸 취업자들의 경력 개발을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선취업 후진학'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재테크 두마리 토끼 잡으려면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자녀의 학습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의 진로를 분명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변문경 교육전문가는 "아이의 진로에 따라 필요한 사교육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재테크와 시간테크의 시작"이라며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진로를 정하지 못하고 탐색하는 데 많은 시간과 사교육비를 들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릴 때 지역 문화센터나 학교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을 활용해 미술, 음악, 글쓰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하고 체험학습과 탐구학습을 통해 아이의 진로나 적성을 찾아내 조기에 아이의 진로를 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진로를 정한 후에는 가정에서 지출하고 있는 교육비 지출내역을 점검해보고 불필요한 것부터 비용을 줄여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이공계열로 진학을 원하는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영어학원 대신 공부방에 보내 수강료를 줄이고 반대로 어문계열 쪽에 적성을 갖고 있다면 수학 관련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쪽에 들어가는 비용만 줄여도 학원비와 교재비 등을 포함해 매월 최소 30만원가량은 절약할 수 있다.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추가로 부부의 생활비 및 용돈을 줄이면 한달에 80만~90만원, 1년이면 1000만원에 가까운 자금을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인 돈은 아이가 병원에 갈 경우를 대비해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하는데 쓰거나 재테크에 활용하면 된다. 금융상품에 가입할 때는 원금손실 부담이 적은 은행 상품에 절반 이상 자금을 넣어두고 나머지는 펀드 등 투자상품으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은행 상품 중에서는 가입기간이 길수록 이자가 빠르게 불어나는 복리적금, 투자상품 중에서는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적립식펀드가 적당하다.
펀드 투자에 대한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은 경우라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택하면 된다. 만일 대출이 있는 경우라면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대출을 먼저 갚는게 바람직하다.
초등학교 진학 전후의 자녀를 둔 경우라면 어린이 금융상품 가입도 고려할만하다. 어린이 금융상품의 경우 경제캠프나 투자세미나 등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므로 자산증식과 교육이란 두가지 측면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