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데다 19대 국회가 첫번째 국감을 치르는 만큼 공격적인 질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과 은행권의 대출금리 차별 논란, 론스타 관련 문제 등 굵직한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금융권의 비판 여론이 유독 강해졌다는 평가다.
금융위·금감원 국감은 10월8·9일에 이어 24일 개최된다. 이중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관심이 쏠린 날은 24일이다. 8~9일에 열리는 국감에서 4대 금융지주 회장과 4대 은행장 대신 실무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날 정무위원회의 질의에 실무자들이 만족스러운 답변을 하지 못할 경우 24일 4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을 다시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정무위 내부회의에서 금융권 CEO들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여권의 반대로 무산됐다"면서 "국감은 전국민들이 보고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자리인 만큼 실무자들의 답변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금융권 CEO들을 증인으로 다시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유 전 회장 증인 채택… 하나금융 집중타격 받나?
이번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하나금융지주다.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한 하나금융이 매각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렸거나 편법을 자행한 것은 없는지 등에 관심이 쏠린다. 또 여당의 반대에도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이번 국감 증인에 채택돼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어떤 질문공세를 펼칠지도 관심사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합병 이후 전산통합 관련 문제도 이번 국감에서 주요이슈에 포함됐다.
정무위원회는 윤용로 외환은행장을 국감 증인에 포함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사이에서 불협화음을 낸데 대한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전산통합 문제를 두고 양측이 사전에 합의한 내용을 위반한 사안은 없었는지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김승유 전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인수 과정이 석연치 않고 논란의 여지가 많아 증인 채택을 하게 됐다"면서 "국회의원들도 김 전 회장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계은행, 키코사태·고배당 질타 이어질 듯
하영구 씨티은행장과 리처드 힐 SC은행장은 이번 국감에 출석해 키코(KIKO) 사태와 고배당 관련 논란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또 키코사태 무렵 론스타가 소유해 외국계 은행으로 분류됐던 외환은행의 윤용로 행장도 증인으로 채택돼 관련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키코 판매로 중소기업 등에 대량 손실을 끼친 은행권의 고위 임원들도 국감 증인에 출석할 전망이다. 키코는 환율 변동에 따라 고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대량 손실 가능성도 큰 파생금융상품으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가입한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을 도산 위기에 몰아넣었다. 최근 법원은 키코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가입자에 위험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금전적인 피해를 끼쳤다고 판단, 배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은행 실무진들에 대한 질타도 예상된다. CD(양도성예금증서) 담합과 가산금리 등 편법 대출 논란이 불거지면서 책임소재를 따질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대출서류 조작과 대출금리 학력 차별 등도 이번 국감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의 분리를 추진했던 우리금융도 국감에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현진 우리금융 전무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카드·보험사 제2금융권 수장도 긴장
카드사와 보험사 등 제2금융권 CEO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에 대한 실무조사를 위해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을 비롯해 김희건 신한카드 부사장, 이주혁 현대카드 본부장도 국감장에 불려나간다. 정무위원회는 수수료 개편 외에도 대출금리와 고배당에 대해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고배당 논란을 비롯해 공정위에서 조사했던 공시이율 담합, 그룹 계열사 편법지원 및 일감 몰아주기 등 굵직한 이슈가 있음에도 대부분 이번 국감에서 피해갔다.
다만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손해율 및 사업비 관련 등으로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등이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감에서 삼성생명 등 빅3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 등 4개 손해보험사 CEO가 출두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모두 제외됐다"면서 "보험사 내부는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국감과 관련 일각에서는 금융권 CEO들이 대거 빠지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국민 앞에서 굵직한 이슈에 대한 평가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CEO가 나서야 하는데 이번 국감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기 힘들다"면서 "알맹이 없는 국감현장이 될 것 같다"고 아쉬운 심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