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와 은행 계열 저축은행 신용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모회사 지원 가능성이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반영되는 지주계 저축은행마저 잇따라 등급 하향을 받으면서 저축은행업권 전반의 수익성·건전성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저축은행 로고./사진= 저축은행중앙회.

금융지주와 은행 계열 저축은행 신용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모회사 지원 가능성이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반영되는 지주계 저축은행마저 잇따라 등급 하향을 받으면서 저축은행업권 전반의 수익성·건전성 부담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IBK저축은행과 NH저축은행, KB저축은행의 기업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하나저축은행은 NICE신용평가로부터 기업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고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장기신용등급 A를 유지했지만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DOWNGRADE] 지주계도 등급 하향 피하지 못했다

이번 등급 하향의 핵심은 지주계 저축은행도 신용도 방어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IBK저축은행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504억원까지 확대됐다. NH저축은행도 지난해 중도금대출 관련 손실 인식으로 978억원 적자를 냈다. 손실 흡수 여력을 보여주는 BIS자기자본비율은 2024년 말 18.0%에서 올해 3월 말 11.5%로 떨어졌다.

KB저축은행도 지난해 64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1분기 111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중금리대출과 브릿지론, 일반 부동산담보대출에서 부실이 이어지면서 올해 3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부실채권 비중)은 9.7%로 10%에 육박했다. 레버리지배율(자기자본 대비 자산 규모)도 14.9배로 업권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레버리지배율이 높을수록 자본 대비 운용자산이 많아 손실 발생 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RISK] 부동산PF·중금리대출 부실이 발목

지주계 저축은행은 그동안 은행이 수용하기 어려운 중저신용 차주를 흡수하고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보완적 역할을 맡아왔다. 동시에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중금리대출과 부동산 관련 대출을 늘리며 그룹의 수익 다변화 축으로도 평가받았다.


하지만 수익성을 키우기 위해 늘렸던 자산이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부동산담보대출에서 부실이 늘었고 중금리대출도 차주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부실채권을 매각하면 일부 건전성 지표는 개선할 수 있지만 손실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수익성과 자본 여력은 다시 압박을 받는다. 모회사 지원 가능성이 있는 지주계 저축은행조차 신용등급 하향을 피하지 못한 배경에도 이 같은 PF 후유증과 손실 부담이 자리하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도 부담이다. 지난해 신용대출 한도가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되면서 신규 대출 취급이 줄었고, 은행 고객 연계 영업 비중이 높은 지주계 저축은행도 타격을 받았다.

[FUNDING] 채권 조달보다 퇴직연금 신뢰도 영향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강등이 곧바로 시장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저축은행은 회사채 발행보다 예·적금 수신을 통한 자금 조달 비중이 크다. 다만 신용등급은 퇴직연금 편입과 외부 신뢰도 판단에 활용되는 만큼 판매사나 투자자 인식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주로 퇴직연금 편입 등을 위해 신용등급을 받는다"며 "절대적인 등급 수준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서민경제와 부동산 시장, 실물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확신이 없어 신평사들이 보수적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WEAK LINK] 드러나지 않는 중소형 리스크

문제는 신용등급 하향이 겉으로 드러난 곳이 주로 지주계와 대형 저축은행이라는 점이다. 중소형 저축은행은 대형·지주계와 달리 정기적으로 신용등급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부실 징후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어렵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주계도 등급 하향을 피하지 못한 만큼 중소형사의 부담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전성 관리 부담은 대출 문턱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BIS비율과 연체율 등 핵심 지표를 관리해야 하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렵다. 대출을 늘리면 위험자산이 증가해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중저신용자 대상 포용금융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과 달리 실제 업권의 자본 여력과 이익 체력은 이를 뒷받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모회사 지원 가능성이 있는 지주계 저축은행까지 신용등급이 낮아졌다는 것은 개별 회사의 수익성 악화와 건전성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라며 "중소형사는 신용등급이라는 형태로 드러나지 않을 뿐 업권 전반의 부담은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