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대출을 받은 김씨(43·남)는 요즘 대출금리가 내려갔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속이 쓰리다.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되는 대출을 받았는데 5%가 넘는 대출이자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도 우수한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당연히 대출자라면 쾌재를 불러야 할 상황이지만, 대출자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기존 대출상품의 공식이 무너지면서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 신규 코픽스 '웃고' 잔액 코픽스 '울고'
현재 변동금리 대출 중 대표적인 것이 코픽스에 연동되는 대출이다. 2010년 처음 도입된 코픽스는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대출 비중을 빠르게 잠식해왔다. 지난 6월 말 코픽스 연동 가계대출 잔액은 155조2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34.2%를 차지했다.

이러한 코픽스는 두 종류가 있는데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금리인하의 수혜를 한껏 누리고 있는 것은 단연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9월 기준 코픽스 금리를 살펴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은 전월과 동일한 3.18%다. 반면 잔액기준은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졌음에도 3.72%다. 잔액기준과 신규취급액 기준의 차이가 0.54%포인트나 나는 것. 지난 1월에는 두 종류 간 차이가 0.19%에 불과했던 데 비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코픽스 연동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코픽스'라는 명칭만 듣고 선택했다가는 자칫 대출이자를 더 많이 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품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후 신중하게 대출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는 최저 3.73%에서 최고 5.14% 수준이다. 이에 반해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는 최저 4.07%부터 적용된다. 최고는 5.58%다.

잔액기준의 경우 과거 취급한 고금리 예금 등의 영향으로 신규기준에 비해 하락폭이 제한적이며 시장금리에 비해 변동 폭이 작고 시장금리 변동이 서서히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반면 신규취급액기준은 잔액기준보다 시장금리의 변동이 신속히 반영된다.

이정걸 국민은행 WM사업부 재테크팀장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실질금리가 빠르게 반영되니까 지금처럼 금리하락기에는 단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처럼 장기적으로 상환해가는 대출일 경우에는 금리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잔액기준 코픽스가 권유된다. 금리 인상기에는 신규취급액에 비해 올라가는 폭이 더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이론적인 논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0년 1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4.11%,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8%로 시작한 이래 매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해왔지만, 지난 3년 동안 단 한번도 잔액기준 코픽스는 신규취급액보다 '낮은 금리'였던 적이 없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시기는 물론 인상되는 시기에도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자들은 신규취급액 기준에 비해 더 많은 대출이자를 내온 셈이다.
 
이에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대출 이론보다는 현재 시점에 유리한 금리를 제시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한 같은 상품이라고 해도 은행별로 개개인에게 다른 금리를 적용하고 있으므로 주거래 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 몇 곳의 상품을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여느 대출상품과 마찬가지로 같은 코픽스대출이라고 해도 '신규취급액 기준→잔액 기준', '잔액 기준→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변동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대출 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 고정금리는 무조건 높다는 건 '편견'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보다 높다는 공식도 깨지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은 금리가 오를 때에도 당초 약정한 이자가 적용돼 은행에서 금리 상승의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때문에 금리 리스크만큼 대출소비자에게 높은 금리를 적용해왔다.

특히 이러한 고정금리 대출은 금리 인하기에는 대출 소비자에게 '외면' 당하기 일쑤였다. 금리 인하의 수혜를 반영하는 변동금리 상품이 소비자에게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리인하 기조에도 고정금리 대출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개 주요 은행의 10월 중 신규 주택담보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4개 은행 대출자 10명 중 7명이 고정대출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당국이 2016년까지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30%까지 확대할 것을 은행에 주문한 영향이 크다. 이에 왠만한 변동금리보다도 낮은 '초저금리 고정금리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요즘 눈길을 끄는 것은 '적격(適格)대출'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을 받는 적격대출은 금리가 연 4%대 초중반이다. 올해 3월 선보인 적격대출은 S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을 시작으로 NH농협·하나·신한·KB국민·IBK기업·우리은행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신규 대출자라면 이러한 적격대출을 비롯한 고정금리는 물론 각 변동금리 상품의 금리를 종합적으로 비교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대출소비자의 성향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를 선택할 때는 금리 비교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금리 변동에 노출될 것이냐, 아니냐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당부했다.
 
☞ 용어 설명 
 * 잔액기준 코픽스 : 은행들의 월말 지수산출 대상 자금조달 잔액에 적용된 금리를 가중평균한 금리지수.

 *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 : 은행들의 월중 신규로 조달한 지수산출대상 자금에 적용된 금리를 가중평균한 금리지수.

 * 적격대출 :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위해 유동화에 적합한 조건으로 판매되는 대출. 각 은행들이 적격대출을 취급하면 주택금융공사가 이를 매입해 주택저당증권(MBS) 등으로 현금화해 대출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