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CEO'. 경영자문회사인 벡티스의 CEO인 시몽 뷔로씨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다.

그가 한국과 사랑에 빠진 것은 1986년.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에 터를 잡은 그는 국내 업체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컨설턴트로 맹활약했다. 주한캐나다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지냈고 지난 2009년엔 '명예 서울시민'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요즘 가장 열정을 쏟아 붓는 일이 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는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더 크게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은 왜 일까.' 이 같은 그의 고민에 대한 답이 몇년 전 출간한 그의 저서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 세트>에 들어있다. 지난해에는 어린이들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돕은 <GEE>라는 영어교육 교재와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최근에는 세계 무대에서 꿈을 펼치고픈 대학생들을 위해 책 발간을 준비 중이다.

한국 기업들을 위한 그의 충고는 무엇일까.'더 글로벌한 대한민국'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리는 그를 만났다.
 

사진_류승희 기자

 
◆수출대국 한국?…세계무대 뛰는 '中企' 많아져야

캐나다 출신인 뷔로씨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한국에 거주한지 10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어가 서툴다. 간단한 인사 정도를 나누는 수준이다. 그는 지금도 한국의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한국의 기업에서 강의할 때도 영어로 진행한다. 그런데도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그는 수많은 기업으로부터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는 인기강사다. 그만큼 기업들로서는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가 한국 기업들에게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더 크게 활약하기 위해서는 한국식 사고의 틀을 깨고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그가 그의 저서 <글로벌 마인드 세트>의 첫장을 펼쳐 기자에게 보여준다. 첫장에 적힌 제목은 다름아닌 '한국수출 안 괜찮아요'.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하죠. 확실히 수출을 많이 하고 또 잘 하는 나라예요. 하지만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 같은 대기업들의 몇몇 대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이중 하나라도 여건이 안 좋아진다면 수출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어요."

때문에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이다. 뷔로씨는 "지금도 삼성과 같은 대기업들은 잘 하고 있지 않냐"며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가 실제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내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해외진출에 대한 욕구나 관심은 굉장히 높지만 실질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는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해외진출을 준비 중인 중견기업이었는데 아무리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도 안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우선 회사 소개서를 보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무려 20페이지가 넘는 소개서가 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꼭 중요한 내용만 뽑아서 3장 내로 다시 정리하라고 돌려보냈죠. 처음 소개서는 정성이 가득 담긴 소개서였지만, 글로벌시장에서 처음 회사를 소개하는 데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는 이것이 바로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세계무대는 한국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전혀 다른 시장에서 뛰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방식 역시 한국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애니팡 인기'가 한국의 경쟁력! 

여기까지 얘기를 이어가던 그가 자칫 오해하면 안 된다는 듯 강조하고 나선다. 한국 기업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한국식을 버리라는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 기업에서 강의를 하는데 한 수강생으로부터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나는 한국사람이고,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30년을 넘게 살았는데 그걸 하루아침에 바꾸라는 말이냐'는 내용이었다.

"그 질문을 받고 잠깐 당황했어요. 그런데 그 순간 답을 찾은 겁니다. 분명하게 말하고 싶은 건 한국인의 자긍심을 버리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한국인은 세계무대에서 장점이 될만한 능력이 너무 많아요. 다만 그 장점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미국시장에서는 미국의 룰에 따라, 중국시장에선 중국의 룰에 따라 유연한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가 지난해 어린이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GEE>를 제작한 것도 이 같은 생각이 큰 영향을 미쳤다. 어릴 때부터 '나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연습이 이뤄진다면 한국의 수많은 인재들이 세계무대에서 더 많은 활약을 보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GEE>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이지만 영어는 책 뒷부분에 일부 포함돼 있을 뿐이다. 그것보다는 한국의 어린이들이 외국의 친구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데 더 중점을 뒀다. 영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일뿐 자연스럽게 해외 문화권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익히는 게 더 중요한 글로벌 교육이라는 믿음이 반영된 것이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트콤을 중심으로 교재를 제작한 것도 이유가 있어요. 초등학교 밴드를 배경으로 외국인 친구가 멤버로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통해 다른 문화권에서 온 친구를 이해하고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보여주거든요."

아직 책 제목조차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는 요즘 해외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어하는 국내의 대학생들을 위한 교재도 따로 준비 중이다. 뷔로씨는 그간 대학에서 젊은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이어오면서 학생들과 나눴던 대화를 바탕으로 책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력서 쓰는 법부터 해외업체의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까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 대학생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을 위해 캐나다인이 이처럼 열정적인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는 "세계시장에서 활약하기에 한국인들은 장점이 정말 많다"는 말로 답을 대신한다.

"한국에서 요즘 애니팡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친구들과의 경쟁 때문이죠. 이 경쟁심과 승부근성이야말로 세계시장을 장악할 한국인들의 가장 큰 무기예요. 정말 능력이 뛰어난 한국인들도 너무 많고요. 이 능력을 펼칠 날개만 달아준다면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한국인들이 펼칠 활약은 상상 이상일 겁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