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신종균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생뚱맞게도 중국경계론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를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중국하면 낙후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중국 업체의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서 장래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그 사람들이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았다.
신 사장은 "스마트폰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져서 과거처럼 졸면 죽는 게 아니라 굼뜨면 죽는 세상이 됐다. 1등이 됐다고 자만하다가는 금방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1위 업체라고 자만하지 않고 혁신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MWC에서 드러난 중국 토종 업체들의 기세는 대단했다. 전시회를 둘러본 한국 관계자들은 "브랜드만 가리면 한국산인지 중국산인지 구분할 수 없겠다"며 중국의 급성장에 긴장을 넘어 우려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수년간 한국산 제품 베끼기에 급급했던 중국 회사들이 디자인은 물론 고급기술까지 갖추고 삼성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기어핏 절반 가격으로 "타도 삼성"
에릭슨에 이어 세계 2위 통신장비업체로 떠오른 화웨이는 삼성전자 전시관 바로 앞에 전시관을 배치했다. 특히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야심작 기어핏을 겨냥한 '토크밴드’를 선보였다. 시계처럼 손목에 착용할 수 있는 기어핏은 심박센서를 탑재해 스마트폰과 연동하지 않아도 심박 수를 측정할 수 있고, 실시간 피트니스 코칭 기능을 통해 운동량 관리까지 가능한 제품인데, 토크밴드 역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게다가 기어핏 예상 출시가격의 절반 수준인 99유로로 가격을 책정해 정면승부를 예고했다.
세계 PC생산 1위인 레노버는 PC 제조사의 강점을 살린 10.1인치 '요가 태블릿 10HD+'를 공개했는데 디자인과 마감이 태블릿 1위 애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ZTE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광학식 손떨림보정(OIS, Optical Image Stabilizer) 기능을 선보였다. OIS는 지난해 하반기 LG전자가 스마트폰 ‘G2’로 선보인 기술로 LG전자 스마트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ZTE가 따라왔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약진하면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과 중국 토종업체들의 대결이 뜨거워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9%(출하량 기준)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레노버, 쿨패드, 화웨이 등 중국 토종기업들이 각각 13%, 11%, 10%의 점유율로 2~4위를 차지하며 삼성의 뒤를 바짝 쫓았다. 애플은 점유율 7%로 5위에 올랐다. 유독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애플은 아이폰5S와 5C를 본격적으로 출시하고 마케팅에 열을 올렸지만 ‘톱5’에 이름을 걸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과 애플의 맹추격 속에서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지만 점유율이 전분기보다 2%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빈틈을 보였다. 게다가 올해는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더욱 큰 시련이 몰아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명품' 선호하던 중국인들 애국심?
무엇보다 중국 스마트폰의 고속 성장세가 멈췄다. IDC는 지난해 4분기 중국 시장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9080만 대로 전분기 대비 4.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매분기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중국시장의 성장엔진이 멈춰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호적수 애플은 가입자 7억500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에 올해부터 아이폰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그동안 중국 2~3위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에서만 판매해왔던 만큼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도 걱정이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토종기업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레노버는 지난 1월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를 29억100만 달러에 사들여 단숨에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생산업체로 떠올랐고, 화웨이 역시 '타도 삼성'을 노골적으로 표방하며 스마트폰을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중국 토종기업들의 약진 속에 자국 업체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체면을 중시하는 성향대로 휴대폰 업계의 명품격인 삼성전자와 애플을 맹목적으로 선호하던 중국인들이 최근 자국산 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생산업체 샤오미의 홍미(紅米)를 지난해 11월 구입한 우슈리(여·31)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갤럭시3를 사용하다 홍미로 갈아탄 지 4개월째라는 우씨는 자신의 선택을 만족스러워했다. "가격이 799위안(약 14만 원)으로 삼성의 1/5 수준에 불과하지만 성능에서는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것. 메모리 용량(4GB) 부족 등 다소 불편한 점도 있지만 디자인이 예쁘고, 내장카메라 등 소프트웨어 작동에도 만족한다고 밝혔다.
아이폰의 성공전략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짝퉁 애플'이라고까지 불리던 샤오미는 20·30대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불고 있는 이 같은 변혁의 바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삼성전자의 세계 1위 수성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