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수도권 아파트를 세주고 다른 집에 전세 사는 1주택자는 전세대출을 새로 받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일이 사실상 금지된다. '비거주 1주택자'의 대출조건이 빡빡해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세입자 보증금을 집 사는 데 쓰는 '갭투자'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 하지만 1주택자를 거주, 비거주로 나눠 세금에 차등을 둔 '8·3 세제 개편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세제와 금융정책이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통해 전세대출 제한조치를 수도권 비거주 1주택자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다주택자와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 등 규제지역 내의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산 사람은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 등 보증기관의 전세대출 보증이 제한돼 신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고, 만기연장도 안 된다. 그런데 내년 1월 1일부터 규제 대상에 '투기적 목적'의 수도권 비거주 1주택자를 추가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수도권에 부부 합산 기준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해 임대 중이고, 본인과 배우자 모두 이 집에 실거주한 적이 없으면 '투기적 목적'으로 보겠다고 한다. 또 비거주가 불가피한 개인들의 예외적 사정은 개별 금융회사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은행들은 나중에 문제 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을 사실상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비거주 1주택에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중과하는 정부 세제 개편안이 국회 심의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선 "국민 누구든 비거주 1주택자가 될 수 있다" "과세의 실효성이 없다"는 여당 의원들의 의견이 쏟아졌다고 한다. 김민석 민주당 당대표 후보도 14일 "양도세 1주택 비거주자 보유공제 폐지는 웬만한 서울 아파트 1주택 비거주자들에게 사실상 증세인 면이 있다"며 수정·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정기국회에서 세제 개편안이 대폭 수정된다면, 비거주 1주택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로 한 금융정책과의 상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는 이른바 '갭투자'가 부동산 시장불안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해온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보유한 집을 놔두고 다른 곳에 세를 얻어 사는 이들을 모두 '투기세력'으로 몰아부치는 건 과도한 일이다. 손주를 돌봐주기 위해 자기 집은 세주고 자녀 집 주변에 셋집을 얻어 사는 조부모들, 자녀가 다니는 학교나 직장에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 자기 집을 놔두고 같은 지자체 안 다른 셋집에 사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개인들이 처한 특수한 사정들을 도외시하고 비슷해 보이는 사례를 모두 싸잡아서 하는 규제는 세제든, 금융정책이든 억울한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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