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우리나라를 습격한 중국발 미세먼지는 최악의 공포로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지구촌 최대 대기오염사태인 영국 런던 스모그와 닮았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1952년 런던은 구름과 안개가 햇빛을 차단하면서 공장과 가정에서 뿜어져 나온 가스들이 도시를 삼켰다. 3주일 만에 런던시민 4000여명이 호흡장애 등으로 숨졌다. 이후 만성 폐질환으로 8000여명이 더 목숨을 잃었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런던 스모그와 비교되는 이유는 입자가 매우 작아서다. 현재 우리나라를 뒤덮은 먼지는 'PM2.5'로 분류되는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다.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다. 매우 미세한 먼지라 코털과 기관지 섬모를 쉽게 통과한다. 입자가 매우 작은 탓에 들이마셨을 때 배출이 어렵고 체내에 축적된다.
독성을 가진 초미세먼지라면 천식과 기관지염, 폐암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또 혈관에 침투하면 뇌졸중, 뇌경색,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계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택배기사인 성상민씨(40)는 "아침에 착용한 새 마스크가 반나절도 되지 않아 새카맣게 변한다"며 "요즘에는 평소에 안 하던 기침도 하고 두통증상까지 나타났다"고 호소했다. 또 주부인 이우정씨(37)는 "어른은 그렇다 쳐도 이제 두살배기인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부득이하게 외출할 땐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미세먼지 정보를 확인하고 잠깐씩 집을 나선다"고 토로했다.
호흡기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도 급격히 늘었다. 서울대학교병원 측은 "요즘 들어 심장이나 폐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크게 증가했다"며 "응급실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초미세먼지로 인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약국도 마찬가지다. 안구건조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울 응암동의 한 약국은 인공눈물 판매량이 3배나 증가했다.
이처럼 초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지만 정부는 명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반년전부터 미세먼지 예보를 실시하고 있지만 제대로 맞는 날이 사흘 중 하루 정도에 그쳐 불만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미세먼지 예보는 그동안 시범운영했던 것이고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보유한 사례와 자료가 적어 예보에 대한 적중률을 평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에는 초미세먼지에 이어 황사까지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다만 매년 봄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발 황사는 초미세먼지와 오염의 질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네이멍구 쿠푸치나 마오우스 사막, 훈찬타커 사막 등 오염도가 낮은 지역에서 날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황사로 인한 피해를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황사에 포함된 규소, 납, 카드뮴 등 중금속 농도가 차츰 증가하고 있어서다.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매년 봄마다 찾아오는 황사는 안전불감증을 키울 수 있다"며 "황사 역시 호흡기와 소화기의 정상적인 방어기전을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