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윤리에 관한 이슈 중에는 명확한 답을 내기 모호한 것들이 적지 않다. 기업윤리라는 분야 자체가 기업, 노동자, 정부, 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관여돼 있는 까닭이다. 이처럼 첨예하게 입장이 맞서는 기업윤리 이슈를 모아놓고 함께 고민하고 연구할 장을 제공하는 책이 나왔다. 바로 <당신의 선택은>(Taking Sides) 시리즈다. 그중에서 ‘기업윤리’ 편을 살펴보자.
이 책은 기업윤리 주제와 관련된 이슈들을 선별하고 그렇다(Yes)와 아니다(No)의 대립되는 주장을 대비시켰다. 이런 구조는 한쪽 편에 서서 이를 옹호하거나 반대의 의견을 개진하는 등 토론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어 대학에서 토론 교재로 많이 활용 한다. 두가지 상반된 견해를 번갈아 살펴봄으로써 균형 잡힌 시각과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업윤리 편에는 총 20개의 주제에 대한 찬반 견해가 각각 들어 있다.
일례로 금융위기에 관한 대처 이슈를 들 수 있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공적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즉 대형 금융사에 구제 금융을 제공했던 것. 하지만 그에 따라 미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혈세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으며, 몇번에 걸친 자금 수혈에도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 등이 불거지면서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로저 로웬스타인은 <월가의 종말>에서 찬성의 의견을 개진했다. 미국이 경제 재난을 완전히 피하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윤리적 선택이 정부의 구제였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우선 주요 은행과 기업을 구제하고, 둘째는 연방 기관을 통해 은행 체제와 경제시스템 내 최소한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셋째는 대규모 부양책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이에 반해 로버트 새뮤얼슨은 호경기가 오면 불경기도 함께 온다는 호경기-불경기 이론으로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했다. 규제를 강화하고 탐욕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치면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의 자본 요건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의 폐쇄를 통제할 수 있다면 리먼 사태와 같은 혼란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고 금융시장이 더 투명해질수도 있다고 한다. 규제가 모든 위기와 손실을 막고 불황을 막을 수는 없지만, 위기의 원인이 되는 다양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요지다.
찬반 양쪽의 의견을 살피며 책을 읽다 보면 새로운 시사점이 도출되기도 한다. 예컨대 노동착취 작업장은 분명 비인도적인 기업행위일 것이다. 그렇지만 하청업체가 아닌 단순 부품을 납품 받는 기업에서 행해진 행위까지 책임을 져야 할까? 다른 면에서 보면 이러한 작업장이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급료 등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해주는 수단일 수도 있으며, 오히려 작업장의 폐쇄에 따르는 실직과 실업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더 건강하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 기업윤리의 주제들은 이처럼 찬찬히 고민하고 연구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
리사 H. 뉴턴 외 지음 | 양철북 펴냄 | 3만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