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필자는 여행차 상하이를 방문했다. 필자가 중요한 여행스케줄 중 하나로 정한 곳이 바로 샤오미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샤오미는 온라인 판매가 원칙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오프라인 매장은 없지만 상하이에선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샤오미 제품을 판매한다. 현지인들은 대부분 샤오미 스마트폰을 구매하지만 한국인관광객은 액세서리인 이어폰이나 보조배터리 등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필자는 샤오미와 CEO 레이준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샤오미 제품을 직접 볼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날 샤오미 스마트폰과 빔프로젝터, 스마트밴드, 무선공유기 등을 구매했다. 사실 공기청정기도 사고 싶었으나 부피도 크고 예약주문을 해야 해서 아쉽게 포기했다. 

샤오미 'mi4'. /사진=머니투데이 DB

◆2년 써보니 가성비 놀라워

독자마다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경쟁제품과의 비교가 쉽지 않지만 샤오미 제품을 2년 넘게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명확하다. 첫째, 이 제품이 왜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지 확실하게 알았다. 쓰면 쓸수록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놀랍다. 둘째, 중국산 제품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됐다. ‘성능이 뛰어나 봤자 저렴한 중국제품에 불과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소비가 큰 변화를 가져다줬다.
처음에는 1만~2만원대에서 시작해 이제는 30만~40만원대의 샤오미 제품도 믿고 구매하게 됐다. 최근에는 샤오미뿐만 아니라 제2의 샤오미라고 불리는 LeTV, OnePlus 등과 같은 브랜드에도 관심이 생겼다. 중국제품이라면 무조건 경시하고 싸구려 취급하던 주위 사람 중에서도 중국산 스마트폰이나 주변기기 유저로 바뀐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소비트렌드가 일부 젊은 층이나 얼리어답터만의 행태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특히 중장년층은 중국브랜드가 낯설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을 보면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들이 삼성이나 LG를 언제부터 알았을까. 1980년대 한국산 TV가 처음 외국으로 수출됐을 때 외국인 중 우리나라 브랜드에 익숙한 사람은 소수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싼 가격에 이끌려 몇몇 소비자가 선택했겠지만 쓰다 보니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이후 한국브랜드들이 RCA나 제니스, 소니를 제치고 세계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고 브랜드를 알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자기기를 넘어 자동차도 대륙의 실수가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팔리는 자동차 10대 중 1대를 차지할 정도로 외국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브랜드다. 현재는 글로벌 경쟁차들과 가격차이가 거의 없지만 처음 미국에 수출된 1980년대만 하더라도 저렴한 가격만이 경쟁무기였다. ‘자동차 한대 구매할 돈으로 두대를 살 수 있다’는 게 광고문구였다.

하지만 저렴한 줄만 알았던 한국산 자동차를 타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가격대비 좋은 자동차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제 글로벌 탑 5의 자동차메이커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TV는 물론 현대차도 1980~1990년에는 ‘한국의 실수’인 제품들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모두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수많은 기업이 한국기업의 성공역사를 철저히 벤치마킹하고 이젠 중국 대륙을 넘어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국내 소비자가 해외직구나 구매대행 온라인구매, 현지구매를 통해 제한적으로 대륙의 실수 제품을 접했지만 이제는 중국브랜드들이 한국시장을 본격적으로 넘보고 있다. 샤오미 오프라인 매장이 AS센터와 함께 경기도 분당에 생긴다는 해프닝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를 정도로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실제로는 비공식 유통망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그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걸 반증한다. 국내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결국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샤오미는 우선 국내 유통업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온라인쇼핑몰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사 대비 절반가격인 UHD TV나 공기청정기, 가습기의 공식판매를 시작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고가의 전자제품을 한국에 성공적으로 선보이기 위해선 AS망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다. 일정시간 내에 AS가 해결되지 않으면 바로 신제품으로 교환 가능한 쿠폰을 주는 샤오미만의 AS가 같이 제공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또 보조배터리나 UHD TV 등의 핵심부품은 한국의 디스플레이나 배터리를 사용한다고 강조한 만큼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심리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제품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또 다른 대륙의 실수 브랜드들인 화웨이, 레노버 등도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화웨이 'P8'. /사진=머니투데이 DB

◆주식투자자, 부품기업 ‘주목’

이제는 투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대륙의 실수를 넘어 대륙의 성공가도를 달리는 제품이 속속 한국시장에 들어올수록 일반 소비자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겠지만 주식투자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제품들과 직접 경쟁하는 국내기업에게는 악재로 작용해 해당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여전히 삼성전자가 1위지만 화웨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제품의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완성품업체인 삼성전자, LG전자보다 중국과의 부품공급 네트워크가 잘된 기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권업계는 지문인식이나 고부가 카메라모듈기업에 대한 관심을 늘릴 것을 권하기도 한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지만 해외주식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오히려
싸게 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IT기업이 집중적으로 상장된 선전시장이 올 하반기 외국인에게 개방(선강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리 중국 내 유망 선강퉁 기업을 분석해두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선강퉁 시행 이전이라도 펀드나 ETF 등을 통해 간접투자도 할 수 있다. 과거 삼성전자, 현대차가 미국에 수출을 본격화한 이후 7~8년 만에 주가가 모두 10배 이상씩 뛰었던 것을 기억하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