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산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산목련의 그윽한 향기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도회의 목련은 잎보다 앞서 꽃을 먼저 피우는데 깊은 골짜기의 산목련은 꽃과 잎이 같이 있다.
"(중략)五月山 중턱에 서면 / 초록 물결 파도 소리
너 가고 나 남아서 / 이 푸르름 그대로인데
내 가슴에 노을 지면 / 박꽃처럼 눈도 뜰까
고와라 연초록 잎아 / 여름가면 단풍들라"
경기 남양주 천마산(810m) 등산로 곳곳에는 한 글자 한 글자 주옥같은 시(詩)들이 도시의 메마름에 지쳐 숲의 품에 안기고자 찾아오는 등산객들을 어루만져 주고 있습니다. 위의 <오월산아>는 가슴팍과 등짝에 조금씩 땀이 배어 나올 무렵 천마산 중턱에서 반겨주는 김의식 시인의 노랫말입니다. 과연, 이 노랫말과 연초록 잎을 번갈아 바라보니 '여름 가고 단풍들까' 두려워지는 시인의 정이 느껴집니다.

선명한 빛깔로 산짐승을 유혹하는 산딸기. 천금성, 으아리, 은방울꽃 등 야생화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눈 밝은 이보다 가슴 맑은 이에게만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리라.

이 땅 어느 고장이든 각기 내세우는 명산 하나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곳 남양주의 천마산도 경기도의 뭇 산들을 그늘 아래 품고 있는 큰 산입니다. 울창한 원시 수림의 모습을 간직한 이곳은 거대도시에 접해 있으면서도 의외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도시인들은 기이하고 아름다운 산일 수록 멀리, 외진 곳에 있다고 여기기 마련이어서 먼 곳으로 이름난 명산만을 쫓아 가기 때문인가요. 유월의 첫 주말 연휴인 이날, 강원도로 향하는 끝없는 자동차 행렬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산책길의 견공. 천마산은 800m가 넘지만 간편한 차림으로도 산행이 가능하다.

건장한 사내가 뛰듯이 앞질러 올라갑니다. 바람처럼 앞서가는 이의 굳건한 체력이 느껴집니다. 아마 더욱 더 강철 같은 체력을 갖고자 트레이닝 삼아 산행을 하는 것이겠지요. 단지 체력단련이 목적이 아니라면 여름의 산행은 '느리게, 더 느리게' 해야 합니다. '빠르게 빠르게' 걷다 보면 콧잔등을 간질이는 산들바람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바람 한 점 없는 무덥고 숨찬 숲 속일 뿐이지요. 빨리 가야할 필요가 있을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가는 게 좋을 때도 있습니다. 길옆의 잡초나 잡목들도 생김새나 자리한 위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걷다 보면 매사 건너 뛰려는 성급함이 줄어드는 걸 느낍니다. 달리는 말 위에서 온갖 꽃을 다 본들 그 순간이 지나면 남는 게 있을까요.
☞ 글·사진=이동배
상주 출신으로 파주에서 건설일을 하고 있다. 약초꾼은 아니나 산 속 모든 것에 해박하다. 지팡이 하나 들고 산에 오르면 산과 동화되는, 겉모습도 산신령과 닮아 보일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