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갔다.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를 만장일치로 받아들였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잃는 첫 대통령이 됐다. 18대 대통령으로 2013년 2월 취임한 후 4년13일 만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의 행위는 법치주의 원리를 훼손했으며 기업의 경영권·자유를 침해했다"고 밝히며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선고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은 흔들렸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웠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국민들은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과 측근세력들이 법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나라의 근간인 법치주의 자체에 의문을 품어온 것. 하지만 이번 탄핵 인용으로 대한민국에 아직 법치주의가 작동한다는 것을 증명하게 됐다.
헌재의 권위도 세워졌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재판관은 기각을 결정하며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등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이거나 뇌물수수 등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경우 파면될 수 있다"고 대통령 탄핵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재판관이 내세운 탄핵기준을 모조리 위배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위협한 것은 물론 뇌물수수 등 국민의 신임을 크게 상실했기 때문이다. 결국 헌재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을 결정, 대통령 탄핵기준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판결을 진행했음을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박 전 대통령 파면, '민심이 곧 천심' 입증
대한민국 헌정 사상 두번째로 진행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는 다른 성격으로 진행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3명이 찬성, 6명이 반대했다고 추정되며 기각됐다. 당시 재판관은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 "탄핵을 해야할 만한 중대한 이유가 없다"고 기각이유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민의 의지'라기 보다는 당시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의지였다.
당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탄핵은 지나치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왜 한나라당이 끌어내리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을 위한 탄핵이라기보다는 야당의 정권욕심이 초래한 사태로 기억되는 것.
반면 이번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 논리에서 나온 사태라기보다는 국민의 의지였다. 최순실 게이트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며 국민들은 매주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광화문 촛불집회가 그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였다면 최근의 촛불집회는 박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성격의 집회였다. 결국 두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성격자체가 달랐던 셈이다. 국민이 원했던 노 전 대통령은 살아남았고 반대했던 박 전 대통령은 결국 물러난 것이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8인의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이 인용됐다. 대한민국 헌법 재판부 역사에서 전원일치 판결이 나온 것은 극히 드문 케이스다. 특히 이번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서는 전원일치가 전무했다. 그만큼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행위가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보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단순히 헌법의 문제를 떠나 한국의 역사속에서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자는 자연스럽게 권력을 잃어왔다"며 "이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민심이 곧 천심이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탄핵 인용 결정으로 대한민국이 아직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이뤄지는 곳임을 입증했다"며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온 한국사회가 이번 결정을 합리적이면서도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