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머니투데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현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이 국민의힘에 대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확보보다 보수의 비전 확립이 더 시급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 전 위원장은 2020년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갔을 당시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으로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췄다.

김 전 위원장은 30일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 보수 쪽에 신통한 인물이 별로 없다"며 "국민의힘은 다음 총선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것 같으면 정당으로서 존재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과 관련, "그 사람들(민주당)을 다 준다고 해도 별 볼 일이 없다"며 "국회에서 특별한 변화가 일어날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소위 정치 협상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뭘 갖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모양만 더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다수당이 '법사위원장은 죽어도 안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며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상황으로 자꾸 얘기해봐야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을 마치고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연기하고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민주당은 이달 내 국민의힘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 있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원 구성 관련 제안이 없었다며 협박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2020년 6월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협상 때와 판박이다. 당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원 구성 관련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가져갔다. 당시 상임위 배분을 두고 민주당 11석, 미래통합당 7석, 후반기 법사위원장은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당이 우선 선택권을 갖는다는 민주당의 협상안도 제시됐으나 미래통합당은 이를 포기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민주당에 법사위원장을 가져가려면 다 가져가라고 했다"며 "국정 운영의 모든 책임을 여당이 책임지라는 뜻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8개를 다 가져가고 난 이후 결론적으로 여당은 자만에 빠져가지고 자꾸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의 법사위원장은 법안을 더 따져보고 (법안을) 더 지연시키는 일 외에는 할 일이 많지 않다"고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머니투데이

김 전 위원장은 보수 진영에 법사위원장 탈환보다 중요한 게 '보수의 비전' 확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 리더로서 자기 나름대로의 큰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2027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극우정당인 '국민연합' 조르당 바르델라 당대표가 30세의 나이에 불과한데, 나름대로의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 보수 진영 인사들에 대해서도 "지금 보수층에 있는 사람들이 비전을 제시하는 일을 보질 못했다"며 "리더가 되고 싶다면 자기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갖다가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실정이 이런데 나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느냐. 국민의힘에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내놓을 수 있는 인물이 누가 있겠느냐"며 "그런 사람이 여당과 야당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선 "보수 진영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되는데 내가 보기에 이제 현재 국민의힘의 상태를 가지고는 상당히 오랜 시간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김재섭, 김용태, 우재준 의원 등을 징계하겠다는 그런 경직된 사고방식으로는 당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