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찾아온 무더위로 유통업계의 '여름 장사'가 한창이다. 올해는 특히 치열해지는 여름 유통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탈(脫) 포지셔닝’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이 주목 받는다. 이는 새로운 고객 수요를 위해 상품군을 다각화하거나 가격 등 새로운 속성을 추가해 다른 카테고리로 이동하는 마케팅 전략을 일컫는다.
유통업계에서 ‘탈 포지셔닝’ 마케팅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주력상품의 차별성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매년 여름마다 주력상품의 패키지 디자인이나 성분을 강화해 출시하는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소비자들은 이들의 차별점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이에 유통업계는 단순한 개선에서 탈피한 신개념 제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능성 의류나 맥주, 선크림 등 여름이 되면 출시만으로도 수요를 높일 수 있는 상품군 간의 경쟁은 이미 포화수준에 이르렀다"며 "경쟁할수록 평범해지는 ‘진화의 역설’을 야기하는 시장에서 벗어나 올 여름은 세분화된 소비자의 니즈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전략을 내건 브랜드들이 관심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 아웃도어 업계 냉감 전쟁, 상품 다각화로 탈포지셔닝 나서 매년 여름 아웃도어 업계는 ‘냉감 티셔츠 전쟁’이 치열하다. 저마다 자체 개발한 기술력을 앞세운 티셔츠를 선보이지만 소비자에게는 비슷비슷해 보인다. 이에 일부 브랜드는 올해 냉감 기술력을 하의나 신발 등으로 대폭 확대 출시하는 등 상품다각화를 통해 탈 포지셔닝 전략을 구사했다.
아이더는 상체에 비해 하체는 근육이 많아 땀이나 열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열 전도율이 낮은 ‘티타늄 도트’를 팬츠에 부착해 즉각적인 쿨링감을 제공하는 ‘아이스 팬츠’를 선보였다. 기능성 소재를 하의에 적용해 상품 다각화를 꾀한 것. 여름철이면 매번 흡습속건, 통기성을 강화한 기능성 냉감 티셔츠를 출시해왔지만 이번엔 방향성을 보다 넓게 잡았다.
네파는 열 방출 효과가 뛰어난 냉감 소재 아웃라스크를 신발 갑피부분에 적용한 ‘아이스 워킹화’를 출시했다. 통풍과 투습 기능을 높여 발의 열기를 식혀줄 수 있는 ‘익스트림 쿨링 시스템'(공기순환 미드솔·클라우드 에어시스템)을 적용해 신는 순간 시원함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 발등을 시원하게 감싸 장시간 걸어도 일정 온도를 유지해주고 발등 부위에 시원한 촉감을 선사한다.
◆ 뷰티업계, 애슬레저 바람 타고 다양한 선크림 출시 잇따라
여름이면 쏟아지는 뷰티업계의 자외선 차단 제품에도 탈 포지셔닝 전략을 내세운 브랜드들이 등장했다.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를 도심에서 즐기는 애슬레저트렌드를 적극 반영해 아웃도어 전용 제품을 출시하거나 소비자들이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선크림 종류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야외에서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스포츠 매니아 고객들을 위한 스포츠 전문 선케어브랜드 '아웃런'을 런칭한데 이어 올 여름 신제품 '익스트림 선스틱'(SPF 50+ PA+++)을 선보였다. 마라톤, 사이클, 서핑 등 자외선 손상 차단 지수가 높은 스포츠를 즐기는 매니아들에게 추천하는 제품이다.
SNP는 여름철 야외활동에 소비자가 용도에 따라 맞춰 활용할 수 있도록 유브이(UV) 퍼펙트 선케어(SPF 50+/PA++++) 5종을 다양한 제형으로 출시했다. 기본적인 크림 타입은 물론 야외활동 시 간편하게 수시로 덧바를 수 있도록 다양한 제형의 라인을 선보인 것. 수시로 덧바를 수 있고 위생적으로 휴대가 가능한 선스틱과 여름철 피부에 두드릴수록 시원한 쿨링 효과를 제공하고 열감을 내려주는 쿠션 제품도 선보였다.
◆ ‘시원한 맛으로 부족한’ 식음료 및 주류업계, 보는 즐거움에 가성비까지 높여 식음료 및 주류업계에 있어 여름은 ‘전쟁의 계절’이다. 이색적 식재료나 화려한 비주얼을 강조해 시원한 맛을 선사하기에 분주한 시기. 그러나 일부 브랜드는 ‘탈포지셔닝’ 전략으로 이번 여름시장 공략에 나섰다. 인기 상품을 다른 카테고리군으로 확대해 출시하거나 새로운 제조공법으로 가격을 낮추며 이색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
롯데제과는 기존 아이스크림 상품군이던 죠스바를 껌으로 확장해 ‘왓따죠스바’를 출시했다. 죠스바 특유의 오렌지와 딸기맛을 그대로 살리고 포장 디자인도 죠스바에서 착안했다. 롯데제과는 죠스바 맛을 구현하기 위해 2000개가 넘는 제품 테스트를 했을 정도. 그간 다른 제품군을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사례는 있었지만 아이스크림을 껌으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국내 최초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는 기존 맥주 대비 40%이상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출시 20일만에 초도 물량 6만 상자 모두 완판을 기록했다. 맥아함유량이 10%를 넘지 않아 기타주류로 분류되는 필라이트는 원가 절감 속에서도 깨끗하고 깔끔한 맛과 풍미가 살아있어 '가성비 음료'로 부각됐다. 특히 ‘가성비의 놀라움을 느껴보라’는 의미의 제품 네이밍에 이어 날아가는 코끼리 캐릭터를 앞세운 마케팅활동도 완판에 일조했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