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하를 두고 정부, 휴대폰제조사, 이동통신사, 유통업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한 의견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현재의 복잡한 스마트폰 구매 과정이 간단하게 축소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도 원하는 기기로 원하는 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휴대폰 개통이 간단해지면 그 과정에서 오고 가는 골치 아픈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고 간단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 복잡한 유통채널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현재의 복잡한 스마트폰 구매 과정이 간단하게 축소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도 원하는 기기로 원하는 통신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휴대폰 개통이 간단해지면 그 과정에서 오고 가는 골치 아픈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고 간단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다. 복잡한 유통채널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뭐길래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들여다보면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도출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수확철 도로변의 농작물 직판장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휴대폰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일반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방식대로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공기계’ 상태인 단말기를 구입한 뒤 원하는 이동통신사의 대리점에서 이동통신서비스에 가입·개통하는 방식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제조사→이통사→대리점→판매점으로 이어지는 현재의 단말기 유통 과정을 대폭 간소화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완전히 자리 잡았다. 우리와 같은 방식을 취하는 일본을 제외하고 북미·서유럽·중국·아시아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낮다. 단말기 판매와 서비스 가입이 철저하게 분리됐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98%에 달하는 소비자가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이통사 대리점으로 간다.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한군데서 구매하는 것이다.
얼핏 ‘원스탑’으로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해 보이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다. 또 이 과정에서 제조사의 장려금과 이통사의 보조금이 교묘하게 더해지며 휴대폰 출고가가 백만원에 육박하는 현상도 생겨났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핵심은 이통사가 휴대폰 유통과정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다. 통신사는 통신서비스만 제공하고 제조사는 단말기 판매에만 집중한다. 비정상적인 출고가를 낮추고 통신서비스 품질과 요금 경쟁에 몰두하게 만들며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이 복잡한 중간 유통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단말기 자급제 찬성 vs 반대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 단말기 완전자급제도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따라서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극명히 나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찬성하는 이들은 통신사가 휴대폰 유통을 하지 못하면 결국 통신서비스 요금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가의 휴대폰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그간의 고객유치 방식이 불가능해져 생존을 위해서는 요금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반대하는 이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영세 유통점의 생계가 막막해질 수 있고 휴대폰을 수리받을 때 불편을 겪을 수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 한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이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시장에 혼란을 몰고 올 가능성도 있다”며 “유통망의 급격한 재편과 소비자들의 불편 등 우려되는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제조사와 통신사, 알뜰폰업체, 휴대폰 유통업자들도 각각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인다.
국내 휴대폰시장의 지주 격인 삼성전자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총괄 모바일영업담당 전무는 “내부 검토가 아직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며 “큰 변화인 만큼 이해당사자간 충분한 토론과 의견조율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1위 SK텔레콤도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인찬 SK텔레콤 서비스부문장은 “근본적인 접근을 하자는 취지에서 하나의 안이 올라온 것으로 알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이해관계자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 중·단기적인 접근법을 동시에 써야한다”고 말했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가운데 알뜰폰업체와 유통업자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알뜰폰업체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들은 대형통신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한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알뜰폰업체 한 관계자는 “자급제가 도입되면 장려금 지급구조가 투명해져 대형통신사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비스에 대해서는 이미 700만명의 알뜰폰 가입자들이 품질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휴대폰 유통업자들은 결사반대를 외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대리점과 판매점의 주된 수입원인 리베이트가 줄어들기 때문에 대형유통망을 제외한 중소영세 상인들이 경영난에 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이통3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리베이트 규모는 연간 4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6만여명의 중소상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국회, 입법 추진… “사회적 이익 광범위”
국회는 이미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 추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통신관련 공약을 담당한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을 준비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도 이를 전달했고 최대한 빨리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에서는 중소 유통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와 LG전자 베스트샵 등 대형 유통점에서는 직접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손실보다 더 광범위하다”며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장기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가계통신비 인하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 최상단에 위치했던 만큼 현 정부의 주요과제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으로 야기될 수 있는 유통업체들의 줄도산을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