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회사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되는 때가 있다. 마치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정이란 무엇일까’ 같은 질문처럼 출퇴근길에 또는 길을 걷다가 갑자기 ‘턱’하고 뒷덜미에 얹히는 고민이다.
아침 출근길에 언뜻 보게 되는 ‘직장인의 현실’과 관련된 뉴스는 한없이 우울하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회사에 출근만 해도 우울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겪는다고 한다. 사원, 팀장, 부장, 임원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이 증상의 이유는 다양하다. 불확실한 비전, 과도한 업무량, 짜증나는 상사나 동료…. 들여다보면 저마다 가진 고민은 조금씩 다르다. 과연 보편타당한 진단과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나는 왜 출근만 하면 예민해질까>의 저자이자 20년 넘게 조직심리 전문가로 활동해온 머리 매킨타이어 박사는 이런 증상의 원인이 ‘직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도저히 피할 수 없고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는데 자꾸 외면하고 무시하려 하기에 예민함과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매킨타이어 박사가 말하는 5가지 직장의 현실 중 내 뒤통수를 가장 크게 친 것은 이것이었다. “공평함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다.” 혹시 어렸을 때 “왜 쟤한테는 과자를 저만큼 주는데 저는 이것밖에 안 줘요”라고 물으면 부모님이 이렇게 대답하지 않으셨는가. “인생은 원래 공평하지 않아.” 그렇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공평함’은 이상향일 뿐, 현실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도 ‘나만 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라고 한탄하며 공평함에 매달리는 것은 회사생활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저자는 그 대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힘, 회사 내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이어서 내 편을 만들고 성과를 눈에 띄게 하며 남을 바꾸려 하는 대신 자신부터 바꾸는 등 적을 만들지 않는 관계술을 활용하는 법을 상세히 설명한다.

우울과 좌절에 빠진 직장인에게 위로와 공감부터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순간적인 미봉책이나 마음의 안정보다는 근본적으로 회사생활을 바꿀 수 있는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왜 출근만 하면 예민해질까>가 내게 선물한 또 하나의 통찰은 ‘사내정치’라는 용어의 재발견이다. 회사에서 ‘정치’를 한다고 하면 음모나 모략, 노골적인 자기 과시나 아부 따위로 매도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대놓고 말한다. “누구나 하는 일이지만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는 꺼린다. 그러나 회사는 원래 정치판이다.”

직장의 현실을 인정하고 내게 필요한 영향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처세를 익히는 것. 이것이 정치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정치하는 직장인이 되겠다. 누가 뭐라고 한들 내 회사생활이다. ‘내 삶의 방향을 내가 정하듯, 직장생활도 내 길을 걷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일독해 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

머리 매킨타이어 지음 | 이현주 옮김 | 스몰빅라이프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S> 제499호(2017년 8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