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멸시효가 지나 빚을 갚을 의무가 사라진 연체 채권 26조원어치를 연내 소각하기로 했다. 1인당 평균 1200만원 정도다. 이에 따라 214만 명의 채무자가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금융기관 연체 기록도 사라진다.
금융위원회는 8월말까지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완성채권 등 소각 가능한 채권 21조7000억원 어치를 소각키로 했다.
채권 소각으로 혜택을 보는 채무자들은 총 214만3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전체 채권규모는 1인당 평균 1199만원인데, 보유기관별로 차이가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소멸시효완성채권 뿐 아니라 파산면책채권 등까지 합쳐 총 5조6000억원(73만1000명), 금융공공기관이 16조1000억원(50만명)이 포함된다.
정부가 주도해 금융권의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한꺼번에 소각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금융회사가 추심을 하지 않은 채 장기간(5년) 지난 채권이다. 소멸시효가 지나면 채무자도 갚을 의무가 없다.
그동안 은행들은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원래 액면가의 1% 정도로 저축은행 등에 파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회사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채무자가 이의제기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10년 연장되는 제도도 무분별하게 이용됐다.
그러나 정부의 새로운 금융정책으로 죽은 채권이 살아나 또 다시 채무자들의 채무 부담을 증가 시키는 전례는 사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빠듯한 살림에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과의 형평성 논란과 도덕적 해이 우려가 나온다. 돈을 갚지 못했는데도 빚이 탕감되고 연체 기록마저 사라지기 때문이다. 빚을 갚지 않고 정부가 소각해줄 때까지 버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기존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 회생법원의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등 제도를 통해 성실히 돈을 갚던 기존 채무자들은 상대적으로 역차별 받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2013년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3월까지 약 58만명의 채무 3조5291억원을 조정한 바 있다. 이 중 34만6000명은 월 소득 100만원 이하 저소득자들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화·법제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채무자의 상환의무가 없는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므로 모럴해저드 우려는 없다"며 "금융공공기관은 소각을 위한 절차 등을 내규로 만들어 제도화하고 금융위는 소멸시효 완성 채권에 대해 매각과 추심을 금지하는 내용을 법으로 규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