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A은행 대출창구에 잔금대출을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인근 재건축 아파트에 매매 계약을 채결한 투자자들이 "미리 대출을 받을 수 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날 정부가 강남·송파 등 재건축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LTV·DTI 적용비율을 올리면서 미리 아파트 매매 계약을 맺은 투자자들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했다. 잔금 지급일에 대출이 승인되면 새로운 LTV·DTI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A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잔금대출을 포함해 주택 보유자가 이사갈 목적으로 다른 집을 사면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문의가 빗발쳤다"며 "아직까지 새로운 부동산대책과 관련해 LTV·DTI등 감독규정 개정이 완료되지 않아 국토교통부나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물어보는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LTV·DTI 규제를 강화하는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이슈가 있는 지역의 은행 점포가 술렁거렸다. 오늘(3일)부터 6억원 이상 아파트에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가 적용되서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서울·과천·세종)에 기존 60%·50%였던 LTV·DTI 한도를 각각 40%로 낮춘다고 밝혔다. 주택 유형·대출 만기·주택가격과 상관없이 전 금융권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비율이다.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1건이라도 이미 보유한 세대는 LTV·DTI를 더 낮춰 30%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비투기과열지구의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을 보유한 세대가 투기과열지구에 새로 주택을 구입하면서 대출을 받는다면 LTV·DTI 한도가 30%가 된다. 다주택자가 대출을 받아 투기에 나서지 못하도록 묶어 놓으려는 조치다.
투기지역은 서울 11개 구(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와 세종시다. 이 지역에서 주담대출 받았으면 추가로 해당 지역에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주담대가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물론 투기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추가 대출을 받는 건 가능하다.
다만 중도금대출은 LTV만, 잔금대출은 LTV와 DTI가 모두 적용된다. 대상은 3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온 사업장이다.
◆강화된 LTV·DTI 시행은 최소 2주 후
새로운 LTV·DTI 규제는 이날부터 최소 2주 후에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달라진 여신 규제방안을 담은 감독규정을 개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3일부터 새로운 규제 기준을 안내하고 있다. 2일 이전에 상담했던 고객은 가급적 기존 한도대로 대출을 해주지만 3일부터 상담하는 고객에겐 강화된 LTV·DTI 한도를 제시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1인당 평균 1억6000만원에서 1억1000만원으로 대출한도가 30% 넘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투기지역으로 묶인 지역에선 새로운 LTV·DTI가 당장 적용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기 이전 대출승인분은 종전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며 "LTV·DTI의 개정이 완료돼 대책이 시행될 때까지 대출 쏠림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