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임한별 기자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개혁을 최전방에서 수행할 ‘기업집단국’을 출범시켰다. 기업집단국 출범은 과거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던 조사국의 부활을 의미한다. 김상조호 공정위의 재벌개혁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 조직개편… 재벌 정조준

공정위 신설 기업집단국은 기존 경쟁정책국 아래 있던 기업집단과를 확대한 기업집단정책과(13명)를 비롯해 지주회사과(11명)·공시점검과(11명)·내부거래감시과(9명)·부당지원감시과(9명) 등 5개 ‘과’로 구성됐다. 공정위의 국 단위 조직개편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또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서 각종 정보를 복원하고 추출하는 디지털포렌식 조직인 디지털조사분석과도 새로 출범했다. 디지털 조사분석과는 전자 증거 수집과 분석 업무를 담당할 전문 인력 17명 내외로 구성된다. 당초 7~8명 내외의 과 단위로 출범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규모가 두배 늘어났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공정위 직원은 기업집단국 41명을 비롯해 총 60명이 늘어나게 됐다. 공정위 총 정원도 600여명으로 10% 이상 증원됐다.

기업집단국은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집중 행위를 감시하고 적발∙제재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공정위는 45개 대기업이 제출한 내부거래자료를 바탕으로 편법승계 의혹을 사고 있는 하림그룹, 대림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및 담합, 부당 내부거래 등을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기업집단국은 과거 공정위 조사국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국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매년 두자릿수의 부당 내부거래를 적발했는데, 당시 5대 그룹인 현대·삼성·대우·LG·SK이 집중 조사 대상이었다.


이번 공정위 신설 기업집단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조사’에 집중할 내부거래감시과나 부당지원감시와 더불어 대기업집단 관련 정책과제를 다루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신설 기업집단국이 과거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던 조사국과 달리 응징을 넘어 대안 제시에도 역점을 둘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사진=뉴스1 송원영 기자

◆기대와 우려… 대한상의에 쏠리는 재계의 눈

재계는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기업집단국 출범 이후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 전도사로서의 본색을 제대로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나름대로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가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기업집단국 출범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와 제재가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나친 정부의 개입은 자칫 기업 활동에 제약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집단국 출범으로 공정위의 몸집이 커진 가운데 재계의 눈은 대한상공회의소에 쏠린다. 대한상의는 김상조 위원장과 재계 간 만남을 주선하는 등 공정위와의 교두보 역할을 자처하면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재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대한상의가 재계 입장을 정부에 강하게 전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 맏형노릇을 해왔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대한상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 대한상의가 대기업 입장만을 대변하는 단체는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공정위에 기업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 창구다. 현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명확하게 전달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