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하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지난 12월15일 첫 의제인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협의회는 지난 11월10일 출범했다. 이동통신 3사와 알뜰폰협회,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사, 시민단체와 정부관계자 총 20명이 참여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보편요금제 등 문재인정부의 주요 국정운영 과제인 통신비 정책을 논의하는 기구다. 2018년 2월 말까지 100일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협의회에서 도출한 결과는 내년 3월 정기국회에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협의회가 첫번째 의제로 삼았던 것은 통신비 인하 논란의 핵심인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협의회는 그동안 4차례에 걸쳐 비공개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완전자급제를 법률로 도입하는 데 대해 다수가 우려를 표했다”면서 대안으로 시장이 자율적으로 단말기 자급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참여자 가운데 완전자급제 적극 찬성 의견은 없었으며 대부분 중립 혹은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결국 협의회는 완전자급제를 강제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편요금제 놓고 이해 관계자 날선 대립
부분자급제라는 여지를 남긴 채 완전자급제 논의는 일단락됐다. 다음 차례는 보편요금제다. 협의회는 지난 12월22일부터 보편요금제 논의에 들어갔다. 보편요금제와 관련 3차례 안팎의 회의가 진행될 전망으로 1월 중순쯤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입법 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보편요금제의 제공량을 해당 기간 통신서비스 이용자의 전년도 평균 이용량의 100분의50 이상, 100분의70 이하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 요금제로 음성 200분, 데이터 1GB(기가바이트)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이같은 요금제의 출시를 강제하는 방식이다. 해당 법안의 골자는 통신비 인하 효과를 위해 정부가 이동통신 3사의 통신요금을 직접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보편요금제 출시 대상은 SK텔레콤으로 제한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슷한 수준의 요금제를 출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알뜰폰 업계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편요금제보다 저렴한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통신시장의 요금이 저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보편요금제 도입에 강력 반대한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를 통해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의 통신서비스 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통신사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통사 한 관계자도 “선택약정 할인율이 25%로 상승해 수익률이 하락한 상태에서 보편요금제의 도입은 통신사에 재앙이다”며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와 5G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태에서 보편요금제의 도입은 우리 통신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시민단체는 이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정부는 완전자급제에서 한걸음 물러선 것과 달리 보편요금제 도입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다. 시민단체들도 “보편요금제는 마지노선”이라며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처럼 정부·시민단체와 이통 3사의 주장이 강하게 대립하면서 3차례의 회의기간 중 원만한 합의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통신사vs정부, 이견 좁힐까
지난 12월 통신3사는 선제적으로 요금인하 전략을 펴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가 돌격대장 역할을 자처했다.
지난 12월19일 LG유플러스는 월 11만원짜리 초고가 요금제인 ‘데이터 스페셜D’의 가입을 12월20일부터 중단하고 대신 월 8만원짜리 요금제인 ‘데이터 스페셜C’의 혜택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데이터 스페셜C 사용자는 월 30GB에서 40GB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났고 가족 간 최대 11회 가능했던 데이터 주고받기도 무제한으로 가능해졌다.
SK텔레콤은 지난 12월15일 기존 24시간 단위의 로밍요금제를 세분화, 12시간 단위의 로밍요금제를 선보였으며 KT도 1월 중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 할인 혜택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통사들의 연이은 통신비 인하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보편요금제를 거절할 명분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모든 요금제가 아닌 일부 초고가 요금제와 데이터로밍의 가격인하 및 혜택 확대는 실질적인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반면 전시효과는 뛰어나다”며 “고가 요금제로 가입자들을 유도할 수 있는 점은 보너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측은 “초고가 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가격을 낮춘 것”이라고 항변했다.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통신사 매출 감소액이 연간 최대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막대한 매출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자급제 단말기 출시 확대, 유심요금제 출시 활성화 등 비교적 순조로운 대응방안을 마련한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달리 보편요금제는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통신업계 한 전문가는 “완전자급제 논의도 5차례에 걸쳐 간신히 임시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보다 격한 대립을 보이는 보편요금제는 합의안 도출에 더 큰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수도 도입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협의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0호(2017년 12월27일~2018년 1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