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4명 동시다발 사망 사고의 사인(死因)과 병원 측의 대처에는 여러 가지 의문점이 있다. 사상 초유의 사고에 병원 측은 비상식적 대응으로 비판을 자초 했고 보건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등이 합동으로 사인 규명에 나섰지만 사고 발생 후 일주일이 흐르도록 누구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유가족 화 키운 병원 대처

지난 16일 오후 9시32분부터 10시53분 사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생후 9일에서 1개월 2주 사이 신생아 4명이 동시에 사망했다. 병원 측이 스스로 “매우 이례적인 사고”라 표현할 정도로 유례를 찾기 힘든 사고다. 하지만 병원 측은 유가족보다 언론에 먼저 사과하는 악수를 뒀다.

정혜원 이대목동병원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생아 중환자실에 재원 중이던 환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하는 매우 이례적인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깊이 사과한다.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빠른 시일 안에 사태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유가족과 먼저 대화하지 않고 기자회견 사실도 알리지 않았다. 피해자를 배제한 첫 사과를 유가족이 받아들일리 만무하다. 기자회견 3일 뒤 열린 병원 측과 유가족의 면담이 20여분 만에 파행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유가족은 “아이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단 몇줄로 요약해 제공했고 심지어 일부 아이의 경우에는 간호기록과 제공한 자료가 일치하지도 않았다”며 “병원 측이 성의 없는 면담에 응했다”고 말했다. 의혹을 감추려하면 불신이 생기고 불신이 커지면 음모론으로 번진다. 병원이 스스로 사태를 키운 셈이다.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 관계자는 “최초 사건 발생 당시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관할 보건소에 신생아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보건소에 보고를 했다고 거짓 해명했다”며 “이대목동병원의 대응방식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고지적했다.

지난 19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질병관리본부와 국과수 조사로 현재까지 드러난 객관적 사실은 사망한 신생아 중 3명의 혈액에서 같은 균(시트로박터 프룬디)이 검출됐고 사망한 4명이 모두 같은 날 조제된 수액제를 투여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병원 내 감염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다.
이 균은 정상 성인에 존재하는 장내 세균으로 건강한 사람의 일부에서 대변 내 정상 상재균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드물게 면역저하자에게는 병원감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으로 호흡기, 비뇨기, 혈액 등을 통해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내 감염으로 인한 사망이라면 함께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다른 아기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 당시 함께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12명 중 4명은 퇴원했고 나머지 8명은 강남성심병원,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보라매병원, 서울의료원 등으로 병원을 옮겼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다행히 아직까지 다른 신생아들에게선 사망한 신생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병원으로 옮긴 신생아 중 4명은 로타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의료진의 관리를 받으며 안정을 찾고 있다. 또 신생아 1명은 몸이 늘어지는 기력저하가 나타나 정밀관찰 중이며 퇴원한 신생아 중 1명은 감기에 걸려 병원에 재입원했다.

◆의료과실·관리부실 의혹

병원 측의 위생관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병원 안팎에선 “유가족이 사망한 아이를 안고 있는 동안 날파리를 봤다”, “간호사가 수술 후 비닐봉지에 받은 변을 손으로 집었다”, “기저귀를 땅에 떨어뜨린 후 맨손으로 집었다” 등의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과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세균 감염 경로와 의료진 과실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생아에게 투약한 종합영양수액을 만드는 데 들어간 재료가 잘못되지는 않았는지, 수액제조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졌는지 등 다양한 경로를 검토하고 있다”며 “균 감염 예방 조치를 포함해 전반적인 신생아 중환자실시스템 운영에 미비점이 없었는지도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다양한 의혹과 추측이 쏟아지는 가운데 진실은 국과수의 최종 부검 결과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가 끝나는 약 1개월 뒤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과수와 함께 신생아 사망원인 규명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있다”며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철저하게 조사해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