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횡령·배임)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과 소진세 롯데 사회공헌위원장 등 주요 경영진도 무죄 판결을 받아 주요 경영진이 갑자기 자리를 비우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검찰, 1심 판결 불복 항소
하지만 검찰은 지난 28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1심 재판부가 무죄로 본 부분과 형량이 가벼운 부분에 대해 다시 다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초 검찰은 신 회장이 오너일가에 500억원대 가짜 급여(횡령)를 지급했고,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몰아줘 770억원대 부당이익을 올리게 했으며(배임), 롯데피에스넷 인수·출자로 타 계열사에 470억원대 배임 혐의를 저지른 것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판단해 징역 10년에 벌금 1000억원의 중형을 구형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경영비리 사건은 2심 재판이 열리게 됐다. 또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에 대한 1심 선고도 다음달 26일 열린다. 이 사건은 검찰이 징역 4년에 추징금 70억원을 구형했다.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신 회장의 구속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롯데 내부적으로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롯데는 한국롯데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올해를 ‘뉴롯데’ 원년으로 선포하고 91개 계열사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기 위해 전체 사업을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4개부문으로 묶는 BU(Business Unit)체제를 출범시켰으며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42개 계열사가 롯데지주에 편입됐으며 앞으로 공개매수, 분할합병, 지분매입 등의 방식을 통해 화학·관광계열사 등 나머지 계열사를 추가로 편입시켜야 한다. 관건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했지만 경영비리 혐의와 관련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며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한국과 일본으로 나눠진 롯데그룹의 연결고리를 약화시키는 핵심 사안이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지분 19.07%를 소유하고 있는 것을 포함해 일본계 투자사가 지분 99.28%를 장악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선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 과정에서 구주매출과 타 계열사간 합병을 거치며 일본 계열사 지분율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롯데지주 호텔롯데를 합병해야 지주사체제를 완성시킬 수 있다.
신 회장의 구속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은 검찰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호텔롯데 상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분할합병과 상장 심사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불법행위 여부 등 경영투명성도 주요 여건으로 평가한다.
◆롯데그룹 내·외부 과제 산적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직격탄을 맞아 현지에서 올해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지난 9월 철수하기로 한 중국 롯데마트사업도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롯데가 10조원 이상 투자한 중국 외 지역에 대한 해외사업도 신 회장의 남아 있는 재판 결과에 따라 멈춰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투자는 신 회장이 글로벌 인맥 등을 바탕으로 직접 주도하고 있어 구속 시 진행하던 사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여러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서 1심 재판 결과 신 회장이 구속을 면하며 큰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며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경영비리 혐의 2심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국정농단 사건 1심 선고에 앞서 내달 초중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조직을 추스린 뒤 신 회장 주도로 진행 중인 지배구조 개편과 공격적 해외진출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