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기업급융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을 규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기업대출 유인책까지 내놨기 때문이다. 오는 2월8일 최고금리가 인하가 예정된 가운데 ‘서민금융 홀대’가 더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포용적 금융’ 정책의 일환으로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할 방침이지만 지속가능한 서민금융체계 구축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출비중, 가계 줄이고 기업 늘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21일 가계대출 축소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금융권 자본규제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가계신용대출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취급에도 감점을 주고 기업대출엔 가점을 줘 금융회사의 대출자금 흐름을 기업금융으로 유도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를테면 자영업 대출을 포함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 이상인 경우 위험가중치를 현행 35~50%에서 70%로 2배가량 올리는 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맨 왼쪽)이 지난 1월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중금리 대출 활성화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한별 기자

이번 대책이 저축은행권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저축은행의 고위험 주담대 범위를 은행권(70%)에 준해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기업대출의 건전성 기준을 일부 완화하면서다.
금융사는 취급 대출을 부실 가능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회수의문’으로 분류하는데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에 대한 요주의 분류사유를 완화했다. 기존엔 기업이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금액이 연간 매출액을 초과하면 요주의 분류사유가 됐지만 앞으로는 최근 2년 연속 영업이익이 금융비용(대출 등)에 미달하는 조건까지 포함된다.

저축은행엔 요주의 대출을 정상으로 올릴 수 있는 조건을 완화했다. 부실징후가 보이는 기업대출의 경우 기존엔 2년 이상 상환하면 ‘정상’으로 분류할 수 있었지만 이 기간을 1년으로 단축했다. 즉 기업으로선 대출 신용도를 ‘정상’으로 유지 가능한 조건이, 저축은행으로선 부실 대출을 정상으로 올릴 수 있는 조건이 각각 완화됐다는 얘기다. 부실 대출일수록 금융사가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늘어나기 마련인데 정상 대출에 대한 요건이 완화되는 만큼 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대책은 올 1분기 중 시행된다.

◆저축은행 개인이용자 축소될 듯

정부의 이 같은 대책은 금융투자업권의 자본활용 부담을 완화해 투자 확대를 유인하는 등 국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여기에 금융사들이 그간 주담대 등 ‘손쉬운 영업’으로 가계대출에 집중해 개별 금융사의 부실성은 물론 경제 리스크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대출을 그대로 둬선 안된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서민금융 창구가 더욱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가계신용대출 총량규제가 지난해 수준(전년 동기대비 상반기 증가율 5.1%, 하반기 5.4%)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담대 규제까지 강화되면 저축은행들이 기업대출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이미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개사의 가계신용대출 규모는 2015년 12월 13조7000억원에서 2016년 18조3000억원으로 48.2% 늘었지만 지난해 11월 21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증가율이 15.8%로 급감했다. 반면 기업대출 규모는 2015년 12월 20조3000억원에서 2016년 12월 23조5000억원으로 15.8%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11월 28조원을 기록하며 증가율이 19.1%로 확대되는 추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지난해부터 가계금융에서 기업금융으로 대출영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중”이라며 “지난해 가계신용대출 규제에 이어 오는 2월8일에는 최고금리 인하가 예정됐는데 주담대 규제까지 더해지면 기업대출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저축은행이야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지만 문제는 저축은행을 주로 이용하는 서민들”이라며 “가계부채 리스크 문제가 심각해 규제가 불가피하지만 서민들의 자금 공급처 축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가계대출을 지나치게 옥죄다 보니 저축은행으로선 새로운 자금 운용 대상인 기업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서민들의 자금통로 봉쇄가 심해지면 앞으로 서민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속화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 내놨지만

이 같은 우려 속에 정부는 서민 금융부담을 덜고 대출자 특성을 고려한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 가계대출을 투트랙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특히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해 가계대출을 조이되 대출이 불가피한 서민에게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1월25일 ‘중금리 활성화 대책’을 통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보증대출상품 ‘사잇돌’을 올해 1조원 늘어난 3조1500만원으로 키우고 민간 금융회사 중금리대출은 2022년까지 연 7조원으로 2배가량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중금리대출 공급액이 적은 데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중금리대출을 시중은행이 떠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남희 대표는 “가장 취급하기 어려운 대출이 중금리 구간”이라며 “품이 많이 드는 데 반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을 은행들이 얼마나 취급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민간 중금리대출 목표액 7조원 가운데 5조5000억원의 공급처가 시중은행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서민금융체계 구축방향’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은행의 규모·영업방식·비용구조 등을 고려할 때 서민금융을 은행이 직접 수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서민금융체계 구축을 위해 제2금융권의 ‘관계형금융’ 정착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5호(2018년 1월31일~2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