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게임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판호 관련 문제가 해결될 기미없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셧다운제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관련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내우외환에 빠졌다.
◆게임업계 대표 규제 ‘셧다운제’

최근 게임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셧다운제 폐지다. 신데렐라법이라고도 불리는 셧다운제는 만 16세미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로 2011년 11월 처음 도입, 2012년부터 단속이 시작됐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청소년들은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을 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와 별도로 문화체육관광부도 2012년 7월 청소년의 지나친 게임 몰입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선택적 셧다운제도’를 시행했다.

셧다운제는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도입 초기 여가부와 문체부의 이중규제 논란으로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이용자의 선택권을 원천배제한다는 점과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는 시선에도 적지 않은 반발이 불거졌다. 이후 2014년 헌법재판소가 셧다운제에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논쟁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셧다운제 폐지 논쟁이 다시 불붙은 계기는 게임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부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게임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10조8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식재산권(IP), 게임 관련 행사 등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각 기업들은 프로게이머를 양성하고 게임캐릭터를 활용해 상품을 만들며 소프트웨어(SW)를 포함한 각종 기술을 개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임은 수출효자 노릇도 하고 있다. ‘2018년 콘텐츠 산업전망’을 보면 지난해 장르별 수출액 비중에서 게임은 55.8%로 전체 수출 콘텐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업계는 게임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기술의 테스트베드라며 게임산업의 대표적인 규제인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두가지 큰 문제를 지닌다”며 “하나는 근거없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운다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문제해결이 아니라 청소년을 규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눈 감고 귀 닫은 여가부

업계의 볼멘소리에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셧다운제 폐지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2월12일 여가부 업무보고에서 “셧다운제는 청소년 행복추구권과 친권자 등의 교육권과 충돌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제도의 허점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제3국의 게임이나 부모의 명의로 게임을 할 경우 손쓸 도리도 없어 제도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여가부는 셧다운제 폐지에 완강한 입장이다. 지난해 7월 정현백 여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셧다운제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셧다운제가 게임산업을 위축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수용자인 어머니들이 셧다운제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뒤인 2월21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셧다운제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자유한국당 간사 윤종필 의원은 “셧다운제는 분명히 실효성이 있었다”며 “모바일게임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의원 측의 주장과 달리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통계상 셧다운제가 도입된 2011년부터 국내 게임시장의 성장세가 급감했다. 나아가 심야에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도 0.3% 감소해 실효성이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및 관련 부처, 협회, 학회 등에서 수 차례 셧다운제 관련 토론회가 진행됐고 거듭된 초대에도 여가부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며 “부모뿐 아니라 청소년, 업계 등 모두가 정책수용자인 만큼 사회 모두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자료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설상가상 ‘게임질병’ 등재 움직임

아울러 WHO가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장애’ 항목을 신설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게임업계가 지난 2월19일 성명을 내고 집단 반발하는 일도 빚어졌다.
WHO의 ICD-11 초안은 게임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 순위에 둬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행위의 패턴’으로 정의한다. 진단 기준은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 3가지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 국내 주요 게임단체는 성명을 내고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도 게임장애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 없다”며 “게임장애를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임상적인 실험데이터도 없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겸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장애가 정식으로 ICD-11에 등재되면 국내에서 중독법과 비슷한 법안이 등장할 것”이라며 “고도의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게임개발자들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고 산업 생태계는 급격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임장애가 정식 등재되면 ‘매출 1% 징수’ 같은 얘기가 나올 것이 자명하고 게임기금 등을 조성하는 것은 스스로 마약판매상임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