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정치 테마주' 기승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특정 정치인과 연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 테마주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실제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기업과 연고가 있는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면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테마주는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하는 경우도 많아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테마주’란 사회에서 주목받는 이슈와 관련해 주가가 움직이는 주식을 일컫는다. 기업의 실적이나 실제 가치와 상관없이 사회적인 이슈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분석 보고서조차 쓰지 않는다. 한 애널리스트는 "(정치 테마주의) 분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가가 기업의 모멘텀과 무관하게 움직여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까운 양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안랩, 써니전자, 케이씨피드 등의 주가가 급등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종목은 하루만에 상한가를 기록한 경우도 있다. 이 종목들은 대부분 해당 회사와 연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가에 영향을 준 정치인과 관련해서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급등락하는 주가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종목들의 주가가 요동쳤다. 써니전자의 경우 현직 임원이 안랩 출신이라는 소문에 영향을 받았고, 안랩은 현재 경영에 사실상 손을 뗐는데도 불구하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만든 회사라는 점 때문에 테마주로 분류됐다. 특히 안랩의 경우 지난 대선 당시 3개월만에 주가가 3배 넘게 올랐다가 다시 급락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
‘이재명 테마주’로 불리는 에이텍과 에이텍티엔 등도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최대주주가 성남시 성남창조경영 CEO 포럼 운영위원직을 맡았다는 이유다.
올해 지방선거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도 특별점검반을 가동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이상 급등하는 종목을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것이다. 거래소는 이번 선거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관련 테마주를 주시하고 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정치 이슈와 맞물려 급등했던 테마주는 선거기간이 끝나면서 주가가 급락하면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도 주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정치 테마주의 발생 경위는 ‘입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 등을 통해 해당 종목과 특정 정치인이 관계가 있다는 ‘설’이 퍼지면서 주가에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인터넷 게시판에 퍼진 소문 때문에 조회공시를 한 적이 있다”며 “전혀 근거없는 내용이었음에도 한국거래소에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솔직히 그런 뜬 소문 때문에 조회공시까지 해야했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렸다. 당시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요동쳤고 일부 종목은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작전 세력이 움직였던 정치 테마주는 주가조작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던 수십개 종목 중 몇개는 주가조작에 실패했다"면서 "테마주는 워낙 종잡을 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작전 세력이 30여개 종목에 대해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사례에서도 정치 테마주는 주가조작에 실패한 경우가 있다. 당시 작전에 가담한 이들은 보통 3~4 거래일에 걸쳐 주가를 조작했는데, 정치 테마주의 경우 80일이 넘도록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주가조작 세력 입장에서도 주가 변동성이 과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치 테마주가)업종 토픽인 경우도 있지만 분석 리포트는 쓰지 않는다”며 “그런 종목은 주가 추이를 예상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리포트를 써봐야 항의밖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감원, 가상화폐 테마주 '단속'
‘가상화폐 테마주’도 최근 증시에서 요동쳤다. 테마주로 꼽힌 우리기술투자의 경우 지난 1년간 주가가 10배 가까이 올라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으로 기록됐다. 이 회사는 임원들이 보유지분을 매각해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 1월 가상화폐 관련 테마주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다수의 상장사가 가상통화 열풍에 편승해 가상통화 거래소 등 관련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테마를 형성해 증시에 부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가상통화 테마주의 주가는 사업계획 발표로 급등했다가 가상통화 시세에 연동해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휩쓸렸다.
가상화폐 테마주 조사 과정에서 영업여건을 갖추지 못한 가상통화 거래소가 출범 발표 후 실제로는 정상 운영되지 못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금감원이 현재 가상통화 거래소 등 관련 사업을 하거나 추진 중인 20여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개연성 점검한 결과, 가상통화 사업 진출 발표 후 사업이 지연되거나 진행 경과가 불투명하는 등 진위 여부가 의심되는 사례 다수 발견됐다. 해당 회사는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계획 발표 전후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 등 자금조달, 대주주 보유주식 매각 및 CB(전환사채) 주식전환 등을 실시한 사례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주에 대한 투자시 사업계획의 실현 가능성 등 진위여부를 충분히 고려하는 등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0호(2018년 3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