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의 전성시대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방송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의 성장과 맞물려 폭풍성장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할 수 있고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양방향 소통도 할 수 있어 파급력이 막강한 차세대 플랫폼으로 각광받는다. 반면 그만큼 인터넷방송의 부작용도 끊이지 않으면서 인터넷방송이 IT업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제1차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 회의. /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인터넷방송의 성장은 전세계 IT산업의 큰 흐름이다. 미국의 모바일기기활용 동영상 시청 시간은 2016년 하루 평균 29분에서 지난해 31분으로 증가했다. 디지털미디어 분석업체 DMC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방송 시청자는 약 2800만명이며 매월 발생하는 모바일 데이터트래픽 가운데 55%가 동영상 재생에 사용된다.

인터넷방송시장이 커지면서 모바일 광고사업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2017 온라인광고 산업동향조사’에 따르면 모바일플랫폼의 광고 매출액은 2조2585억원으로 PC기반 인터넷 광고매출액 2조1700억원을 넘어섰다. KISA 관계자는 “모바일 광고시장은 올해도 12.8%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바일광고가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의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해콘텐츠에 규제 카드 만지작

짧은 시간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한 인터넷방송은 천둥벌거숭이처럼 그 힘을 주체하지 못했다. 강력한 파급력을 지녔음에도 누구나 쉽게 인터넷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자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했다. 인터넷방송은 방송진행자(BJ)들의 구독자수를 끌어 모으기 위한 경쟁 때문에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엽기콘텐츠로 변질됐다. 지난해 8월 신태일과 갓건배라는 BJ 간의 언어폭력은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지난 5일에는 부산에 거주하는 BJ A씨가 생방송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타는 일도 발생했다.



계속되는 인터넷방송의 부작용에 정부는 규제 카드를 만지기 시작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인터넷방송업계, 관련협회로 구성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는 지난 12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제1차 회의를 개최하고 인터넷방송 역기능 방지대책을 강구했다. 가장 먼저 논의된 사안은 자극적인 내용의 원천인 수익모델분야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일부 인터넷방송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경우가 있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인터넷방송의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역기능은 자율규제하면서 클린 인터넷 방송 진행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내 최대 인터넷방송업체 아프리카TV 측은 “오는 6월 중 유료아이템 충전 한도를 하루 100만원 이하로 낮추겠다”며 자구안을 내놨다. 현재 아프리카TV의 하루 결제 한도는 3300만원으로 시청자들이 거액을 탕진하는 일도 종종 빚어진다.

◆규제 두고 이해관계자 의견 분분

정부가 인터넷방송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하자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인터넷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모든 게시물도 이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인터넷방송뿐만 아니라 영상, 사진, 글도 모두 심의하고 규제할 것인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도 인터넷방송 규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KISO 관계자는 “인터넷방송에 맞춘 법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며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 부분이 많아 법안으로 처리가 완결될 수 있을지는 논란이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무분별한 인터넷방송에 강력한 공적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윤리 교육 등을 수반하는 BJ 인증제도가 필요하다”며 “직접 인터넷방송을 모니터링한 결과 성인인증제도가 유명무실한 경우도 있었고 심한 욕설을 퍼붓는 BJ는 물론 성매매를 유도하는 BJ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신산업인 만큼 단편적인 공적규제를 지양하고 사후 규제 등의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상의 폭력성, 선정성 관련 문제는 가정과 문화, 사회차원의 문제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적규제로 접근하는 것은 오류”라며 “특히 ICT뉴노멀법의 경우 부가통신사업자에 상시모니터링 의무를 부과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고 표현의 자유와 통신 비밀보호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시 등장한 ‘역차별 논란’

정부와 업계, 관련협회가 인터넷방송 규제에 대해 온도차를 보이며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규제가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역차별 문제는 이미 통신망 무임승차, 법인세 부과 등 IT산업 전반에 걸쳐 제기돼 왔는데 인터넷방송 관련 분야까지 역차별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으로 집계된 구글의 유튜브는 서버가 해외에 있어 정부의 단속 권한이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현행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둔 채 인터넷방송 규제에 나서는 것은 결국 국내산업의 퇴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유튜브는 자율 감시를 진행하기에 정부의 규제가 필요 없음을 시사했다. 유튜브는 이용약관을 통해 콘텐츠에 문제가 있을 경우 방송진행자의 계정을 종료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 계정을 만들면 유튜브를 통해 또다시 방송을 재개할 수 있어 사실상 무용지물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의 목소리를 외치기 전에 형평성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2호(2018년 3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