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의 핵심 과제였던 코스닥시장이 위원회·본부로 분리되면서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정작 지주사 전환을 위한 관련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에야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주사 전환법 장기 표류하나
거래소 지주사 전환법은 한국거래소를 세개의 자회사인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으로 나눠 이를 관리하는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것이다. 거래소 지주회사 아래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시장본부를 물적분할을 통해 각각의 자회사 형태로 구성하는 식이다. 현재는 거래소 단일법인 밑에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부문이 본부 형태로 배치돼 있다.
그러나 거래소 지주사전환법은 현재 동력이 약화된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3일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거래소 지주사전환법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 따라서 다음달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도 법안이 회부될 가능성은 낮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래소 지주회사의 부산 본사 명시 문제는 여론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여당에서 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 정권의 법안이라는 꼬리표까지 달렸다. 해당 법안 통과에 긍정적이었던 의원들도 정권이 바뀌며 대부분 입장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거래소 본사의 부산 지역 표기' 문제를 두고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파행을 겪었다. 특정지역 표기 문제 외에도 ▲거래소 IPO 상장차익(약 3700억원) 해소방안 ▲거래소의 한국예탁결제원 지분(75.06%) 처리 방안 등의다 쟁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따라서 거래소 지주사 전환법은 올해도 계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거래소 내부에서도 지주회사 전환이 당분간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정무위원회 한 관계자는 “국회에 대기 중인 법안이 산적해 있다”며 “거래소 지주사전환법에 대해선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무위 관계자는 “의원마다 의견차가 크다”며 “아무래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쟁점을 논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지정되면 지주사전환법과 상충
최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를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공공기관 지정 해제 후 3년 만이다. 최근 3년간 거래소의 방만경영과 과도한 복리후생 등을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거래소는 100% 민간자본이지만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이후에도 금융위원회의 규제를 받고 있다. 거래소의 주요 주주(2016년 말 기준)는 KB증권(6.42%), 메리츠종합금융증권(5.83%), NH투자증권(5.45%), 한화투자증권(5.00%) 등이다.
그런데 거래소가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면 지주사 전환은 불가능해진다. 거래소 지주사 전환 및 IPO(기업공개)는 거래소가 공공기관 해제 후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한 내용이므로 사안이 상충된다.
앞서 거래소는 증권거래 업무 독점을 근거로 2009년 ‘위탁집행형 준정부 기관’으로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이후 끊임없는 진통 끝에 2013년 대체거래소 설립 가능의 내용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지정 사유를 해소했다. 그로부터 2년 뒤 2015년에야 공공기관에서 벗어났다.
때문에 또다시 공공기관 지정을 위한 법안이 검토되는 것과 관련, 거래소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도 금융위원회 지침 아래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데 더 많은 통제와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아직까지는 공공기관 지정 근거 자체를 마련하기가 어려워 관련 법안이 발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만약 거래소가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국정감사 대상 및 감사원의 감사 대상으로 포함돼 규제 기관이 늘어난다. 거래소 주주들의 경영권 침해 및 자율성 저하 등의 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년 전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벗어나던 때 방만경영을 해소하고 적극적인 글로벌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간 달라진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당시 거래소가 약속한 글로벌화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해외 인수합병과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해외 거점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공공기관 해제 이후 글로벌 사업 실적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2011년 라오스정부와 함께 개설한 첫 해외 합작 증권거래소 '라오스거래소'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5년 31억9000만원, 2016년 19억9000만원 등 해마다 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수억원 단위의 추가 자금을 계속 투입하는 상황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 법안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공공기관 지정으로 방만경영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과거 공공기관일 때 거래소가 정권에 휘둘리면서 낙하산 문제가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금융위원회의 입김이 강한데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 통제하려는 기관이 더 많아진다면 각 기관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과거의 실패만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3호(2018년 3월28일~4월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