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뇌관’에 성장 빨간불
불완전 투자자모집 적발… 규제 강화 목소리 커질 듯한때 대안금융으로 각광받은 P2P(개인간)대출시장이 위기를 맞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품 위주로 성장세를 이어오던 P2P업계가 부동산 경기 하강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업계에는 채권 부실에 따른 부도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불완전 투자자 모집 사례까지 대거 적발되는 등 신뢰도마저 수직하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시장 자정’ 역할을 자처한 한국P2P금융협회마저 사실상 와해 수순을 밟고 있다. P2P협회를 이탈한 일부 업체가 새로운 협회 발족을 준비 중이지만 추락한 업계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안금융 외친 ‘허울뿐인 성장’
P2P대출은 온라인에서 불특정다수 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집해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하는 온라인 대출중계 서비스다. 대출자는 연 10% 초중반의 중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어 대안금융이란 평가를 받았다.
투자자도 그만큼의 수익률을 낼 수 있어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16~2017년 P2P시장은 급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2P시장의 누적대출액은 2015년 말 373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3000억원으로 무려 6066% 급증했다. 같은 기간 P2P업체 수도 17개사에서 188개사로 10배 이상 늘었다. 현재는 2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장은 부동산상품이 이끌었다. 금감원이 지난 3~4월 국내 P2P업체 75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말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상품이 전체의 43%로 가장 많았고 부동산담보대출상품이 23%로 뒤를 이었다. 기타 담보대출 비중도 21.8%에 달했으며 개인신용대출은 10.4%에 불과했다.
국내 P2P시장은 부동산PF 상품 판매를 통해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이뤘다. 부동산PF 대출은 신용대출에 비해 상환기간이 짧은 데다 대출액이 커 짧은 시간에 높은 수익을 달성했다.
문제는 국내 P2P시장이 부동산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점이다. 부동산PF상품이 특히 그렇다. 이 상품은 건축자금으로 쓰이는 대출상품이다. 건물 준공 전 투자금을 모집해 대출해준 뒤 준공 후 대출자로부터 상환 받은 금액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만약 부동산경기가 하락하면 준공 자체가 지연될 뿐더러 준공되더라도 공실 등 문제가 발생해 대출자의 상환이 어려워질 수 있다. 부동산PF상품의 연체율(30~90일 연체) 및 부실률(90일 이상 연체)은 지난 2월 말 기준 각각 5.0%, 12.3%로 전체 상품의 평균 연체율(2.8%) 및 부실률(6.4%)의 2배가량이다.
부동산PF 전문업체인 헤라펀딩은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난 지난달 24일 부도를 선언했다. 누적대출액 229억으로 중견급으로 분류된 이 업체의 부도직전 연체율과 부실률은 각각 23.15%, 28.83%였다.
◆새 협회, 신뢰도 회복 미지수
불완전 판매 성행도 큰 문제로 꼽힌다. P2P대출상품은 예금이 아닌 투자상품이어서 상품 부실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단 투자자에게 정확한 투자정보가 전달됐을 때다. 그러나 많은 업체가 허위 및 과장 공시, 공시 미이행 등 불완전 투자자 모집을 벌이는 것으로 금감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토지 담보권이 없으면서 PF담보대출로 허위공시하는가 하면 담보로 설정한 토지 가치를 실제보다 과대평가해 공시하는 식이었다. PF사업이 악화됐지만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대출을 연장한 사례도 있었다.
일명 ‘돌려막기’도 성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자에겐 12개월 이상의 장기대출을 내보냈지만 투자자에겐 3개월 단위로 단기투자를 받아 직전투자자에게 원금을 상환하는 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 투자자가 PF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불완전 판매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상품 위주로 성장한 국내 P2P시장에서 잇단 불완전판매와 부실에 따른 업체부도까지 발생하면서 P2P업계의 소비자신뢰도는 추락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제도권과 차별화된 상품으로 ‘니치마켓’을 형성해야 하는데 제도금융권 이용이 불가능한 차주가 몰려들고 업체의 부실 경영으로 현 P2P시장은 신뢰하기 어려운 ‘막장시장’이 됐다”고 꼬집었다.
설상가상으로 P2P협회 회원사의 공신력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개인신용대출 전문업체 렌딧이 지난 4월 말 협회를 탈퇴한 이어 상위권 업체인 8퍼센트와 협회 회장사였던 판펀딩도 협회에서 이탈하면서다.
P2P시장 자정 역할을 자처하며 2016년 6월 발족한 협회는 금융당국도 투자자에게 협회 회원사 이용을 권고할 만큼 공신력이 있었다. 그러나 초대 회장의 학력위조 논란, 부실률 산정공식을 둘러싼 업체간 갈등 등으로 상위권 업체가 이탈하며 기존 협회는 사실상 와해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렌딧과 8퍼센트, 팝펀딩은 새 협회 발족을 준비 중이지만 추락한 업계 신뢰도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P2P금융 성장에도 소비자 보호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자율규제 강화에 뜻을 둔 회사들이 의견을 모아 (새 협회)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게 됐다”며 P2P업체 대출자산의 완전한 신탁화 등을 자율규제 사항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금융권 관계자는 “협회의 주된 역할은 대관업무인데 그간 그 역할을 맡아온 P2P협회가 2개로 쪼개지는 상황에서 새 협회의 목소리는 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추락한 소비자 신뢰도도 다시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P2P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P2P업계는 투자한도 증액 등을 당국에 건의했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에선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규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3호(2018년 6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