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 주요 지방자치단체 금고지기 구도가 새롭게 그려질 전망이다. 올 연말까지 연 10조원 규모의 인천 금고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물론 기존에 운영하던 은행들이 자릴 지킬 수 있지만 절대 강자가 사라졌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달 광역지자체 금고 규모의 26%를 차지하는 서울시 금고지기 주인이 104년 만에 바뀌면서다. 이변 그 자체였다. 이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입찰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당국의 부채관리로 가계대출 영업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새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안정적 예금과 잠재고객 확보가 가능한 기관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인천시금고 입찰에 6대 은행 총출동
업계에 따르면 광역 지자체 금고는 NH농협은행이 독보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경기도, 세종시 등 9곳의 시도에서 1금고(일반회계)를 갖고 있고 4곳의 2금고(특별회계)를 보유중이다. 올해 예산안(일반회계 기준)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차지한 9곳의 금고 규모는 약 62조5000억원이다. 신한은행이 1금고, 우리은행이 2금고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 규모는 약 30조원이다.


11조원 규모의 부산 금고는 부산은행이, 7조9000억원 규모의 대구는 대구은행이, 4조4000억의 광주는 광주은행이 1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3조2000억원 규모의 울산은 경남은행이다.

이런 은행별 지자체 금고 점유율은 내년에는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1·2금고를 합쳐 10조원 규모의 인천은 올 하반기 가장 뜨거운 전장으로 꼽힌다. 운영기관이 올해 종료됨에 따라 시중은행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서다.

인천시는 다음달 시금고 지정 추진계획 수립과 일반공개경쟁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8월 설명회·제안서 접수를 거쳐 9월 금고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선정한다. 평가항목은 ▲금융기관 내내외적 신용도·재무구조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예금금리(17점) ▲시민이용 편의성(21점) ▲금고업무관리능력(23점) ▲지역사회기여·시와 협력사업(9점) 등이다.


현재 신한은행이 맡고 있는 1금고는 올해 시 예산(일반회계·일부 특별회계) 8조3000억원 규모다. 농협은행이 운영하는 2금고는 특별회계로 약 2조원이다.

신한은행이 2008년부터 인천시 금고 은행을 맡아와 유리한 상황이지만 서울시 1금고를 빼앗긴 우리은행이 공격적인 유치전략을 펼칠 방침이어서 전면전이 예상된다.

신한은행은 1금고 재선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2금고 은행인 농협은행을 비롯해 우리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도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또 IBK기업은행도 입찰 참여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4년 전 2금고 입찰에 참여했다.

시중은행 한 관게자는 “인천시 금고는 서울, 경기도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큰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주요 지자체 금고가 교체되고 있어 결과를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를 넘어서면서 업계는 이번 시금고 선정 때는 이자율이 대폭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경제적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또 다른 광역 지자체는 농협은행이나 지역은행의 입지가 견고하지만 서울과 인천만은 시중은행의 진입이 가능한 지역으로 분류된다. 


◆공격적 유치전, 출연금에 성패 걸려
관건은 출연금 규모다. 평가 항목 중 지역사회 기여의 배점은 9점(100점 만점)에 불과하지만 대개 출연금 규모에서 성패가 갈린다는 게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지난 5월 서울시 금고의 경우 출연금 3000억원을 내기로 한 신한은행이 1금고에 선정됐다. 2금고로 밀려난 우리은행의 경우 출연금 제시액은 1000억원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이 인천시 금고 경쟁에서 공격적인 베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에 실탄을 허비한 신한은행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시금고 등 대규모 예산을 운영한 경험은 물론 2006년까지 인천 2금고를 운영한 경력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역사회 기여 실적 등을 내세우고 농협은행은 국내 유일 토종자금으로 수익을 농민(조합원)에게 돌려준다는 점을 부각시킬 전망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타운을 세워 지역사회에 힘을 보탠 점을 부각할 방침이다. 부산 ·광주 2금고만 운영하는 국민은행은 인천을 기관영업 확장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그룹대표들이 현장경영에 나설 때 지점 순회와 함께 크고 작은 지자체 행사를 챙기고 있다”며 “지역본부와 지역영업점 등과 연계해 금고 관리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올해 연 1조2000억원 규모의 세종시도 1금고(농협은행)·2금고(하나은행)의 계약기간이 끝난다.

내년에는 지자체 금고지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대구은행·농협은행)를 비롯해 울산(경남은행·농협은행), 전북(농협은행·전북은행), 경북(농협은행·대구은행), 경남(농협은행·경남은행) 등의 1·2금고 계약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들 지자체의 1금고 예산만 연 31조원에 육박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형 연기금이나 지자체 금고의 주거래은행으로 은행이 선정되면 잠재 고객 확보 등 은행 입장에서 도움된다. 광역시를 차지하면 산하의 구금고 선정에도 유리하다”면서도 “그러나 과당 경쟁으로 인한 비용을 대출금리 등으로 전가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3호(2018년 6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