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스]지난해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은 약 10만마리. 유기견 3마리 중 1마리는 자연사 혹은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다. 반려견 인구 1000만명 시대임에도 유기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여전히 낮은 현실 속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그저 동물일뿐‘이라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이에 <머니S>는 유기견의 실태를 알아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인간의 욕심으로 다른 생명이 고통받는 것은 옳은가’라는 질문에 여러분은 답할 준비가 돼 있는가.[소박스]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 유기견 '티티'./사진=심혁주 기자

“유기견 입양하러 왔는데요.”
서울 중랑구 유기동물입양센터.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센터에 들어온 남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수의사 친구의 추천으로 이곳에 오게 됐다는 한모씨(50)는 얼마 전 딸과 함께 키우던 강아지와 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센터 직원이 건넨 ‘입양설문지’를 한참동안 작성한 한씨에게 조심스레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이유를 물었다. 시골에서 한번, 서울에서 한번 강아지를 키웠다는 한씨는 얼마 전 동물병원에서 입양한 강아지가 병에 걸려 동물병원으로 데려갔더니 병원 측은 미리 발견하지 못한 병을 알아채고 치료가 필요하다며 한씨의 입양을 취소했다.

한씨는 “오랜 고민 끝에 딸과 강아지를 키우려고 마음 먹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키울 수 없게 됐다. 그러던 중 수의사인 친구가 유기견 입양센터를 가보라는 말에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유기견, 쉽게 입양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는 유기견 입양에 ‘입양설문지’ 작성을 필수로 한다. 총 5장으로 된 설문지는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 ▲입양가족 개개인의 역할 ▲입양 이유 ▲반려동물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 ▲어떤 사료를 사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입양자의 자격을 검토한다.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 센터 홍보물./사진=심혁주 기자

이후 센터직원이 설문지를 꼼꼼히 살핀 뒤 입양자와 간단한 면담을 진행하고 센터장과 회의를 통해 입양을 결정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입양자는 센터에서 실시하는 반려동물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최종적으로 유기견을 집으로 데려갈 수 있다.
이에 김세진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장은 “우리 센터는 유기견 입양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자세와 필요한 정보 등을 입양자들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를 낳아서 키울 땐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를 보내는 등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나. 반려동물도 다르지 않은데 아무 계획 없이 무작정 반려동물 입양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작고 예쁜 아이만 선호… 다양한 입양문화 필요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전국 성인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유기동물 입양을 찬성하는 비율은 94.3%에 달했지만 보호시설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한 비율은 4.8%에 불과했다.

또 유기동물 입양을 반대하는 10명 중 4명은 ‘유기동물은 질병이 있고 더러울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어린 새끼를 키우고 싶은데 성견인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15%를 차지했다.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 유기견들./사진=심혁주 기자

영국 동물복지대학(The College of Animal Welfare)에서 다년간 공부한 김세진 센터장은 이 같은 입양문화에 대해 “인식을 바꿔야 한다”며 쓴소리를 날렸다.
김 센터장은 “사람들이 '유기견은 지저분하고 병이 들었다'는 편견을 가진 배경에는 언론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대중에게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TV 등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유기견들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질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센터는 소형견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기견들의 장단점을 알리면서 편향적인 입양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이곳에 방문하는 입양자들은 편견 없이 다양한 아이들을 입양한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일부는 특정 종류의 강아지를 요구하기도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유기견 발견 시 지자체에 신고… 등록제 참여해야

곧 다가올 여름휴가시즌 유기동물이 증가한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유기동물통계사이트 ‘포인핸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유기동물 10마리 중 3마리는 6~8월에 집중됐다.

이에 김세진 센터장은 “유독 여름 휴가철에 유기견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낮이 길어서 유기동물이 자주 보여 신고가 많은 것”이라며 “유기동물을 버리는 사람에게 휴가철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 계절 특성상 주인이 창문이나 문을 열어둬 가출하는 유기동물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유기동물을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 센터장은 “반드시 일반보호소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유기동물을 발견하면 우선 인식표나 동물병원에 데려가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확인해야 한다. 칩이 있다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신고해야 하며, 없다면 지자체 보호소에 신고해야 한다. 지자체가 아닌 동물보호단체나 일반보호소에 맡기는 것은 불법이다.

견주의 의도와 무관하게 동물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이때 도움되는 제도가 반려동물 등록제다. 하지만 반려동물 등록제의 참여율은 매우 낮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가구 중 등록제에 참여한 가구는 33%에 불과했다. 올 3월부터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등록되지 않은 동물을 유기할 때 주인에게 책임을 물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김 센터장은 “반려동물 등록제 참여가 도난이나 유기동물을 줄이는 데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등록제에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 직원들과 김세진 센터장(가운데)이 유기견들을 안고 있다./사진=심혁주 기자

접근성이 떨어져 유기동물을 입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난달 중랑구에 들어선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 김 센터장과 직원들은 “센터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인터뷰 도중 입질을 하던 푸들을 위해 개껌을 가져다주고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유기견들의 상태를 살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단순히 사명감만으로는 이 일을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리라. 그들의 사랑이 있어서 이곳의 유기견들은 새로운 가족을 맞을 준비가 더 잘 되는 듯했다.

[소박스]▶▶▶ 가족이 되어 주세요

유기견 '하이'./사진=케어 퇴계로점 제공

▲이름: 하이 ▲성별: 수컷(중성화 완료) ▲나이: 2012년생 추정 ▲체중: 16kg ▲품종: 스피츠 믹스
견주가 구속 수사 당하자 빈집에 방치된 ‘하이‘. 견주의 담당경찰이 우연히 하이를 발견해 동물권단체 케어에 제보했습니다.

견주는 구속과 별개로 개를 키울 여견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수사관의 적극 협조로 센터로 오게된 하이. 애교가 많고 순해 케어 활동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센터에 온 후로 살이 많이 쪄 다이어트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이에게 불안정하고 외로운 집이 아닌, 따뜻하고 아늑한 집이 필요합니다. [소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