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세제 개편에서 비거주자에 대한 보유세 불이익을 강화하며 부득이한 이유로 거주가 어려운 사례의 예외 조항 여부가 논란이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게시된 장면. /사진=뉴시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거주 인정 기준'을 둘러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개편에서 비거주에 대한 불이익이 강화되며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의 예외 조항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범죄 피해자의 부득이한 이사 등 다양한 예외 사유를 법에 열거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개별 심사나 데이터 검증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11일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의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는 "거주지에서 발생한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해 주거생활이 어려워져 이사한 경우를 실거주 인정 예외 사유에 포함해 달라"는 국민 의견이 접수됐다.


작성자 권모씨는 "보복성 층간소음, 스토킹, 협박, 폭행, 주거침입 등의 불법행위로 인해 거주를 계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투자나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거주를 중단한 것이 아니라 안전과 정상적인 생활을 위한 불가피한 이전"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개정안에서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을 1주택 거주자의 경우 12억에서 14억원으로 높였다. 비거주 1주택에 대해서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여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않으면 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예외 조건이 붙었다. 개정안은 1주택자가 1년 이상 거주한 주택에서 취학, 전근·직장 이전, 질병 치료, 부모 봉양, 해외 체류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이주할 경우 최장 3년 비거주 기간을 거주 기간으로 인정했다. '타 시나 군으로 주거 이전해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학교폭력 피해로 인한 전학'은 부득이한 사유로 명시됐지만 다른 범죄 피해로 인해 주거 중단이 발생한 경우는 명시되지 않았다. 개정안에 '그밖의 유사한 사유로서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되는 경우'라는 조항을 뒀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토킹 등을 통해 거주지가 노출된 범죄 피해자들이 이사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심두일 한국범죄피해자지원중앙센터 사무차장은 "피해자가 이사하는 사례는 흔하고 심지어 가해자가 부모님을 협박해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 피해자들은 '타 시나 군으로 주거 이전해야 한다'는 조건에도 부합하기가 어렵다. 직장이나 학교 등 기존 생활권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 사무차장은 "직장 등 접근성 때문에 기존에 살던 곳에서 멀리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는 예외 조건에서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녀 교육을 위해 이사하거나 직장 생활 문제로 떨어져 사는 경우보다 범죄 피해자가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예외 사유를 법에 열거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별 심사나 행정 데이터 기반의 검증 체계 등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예외 기준을 정해도 피해자의 억울한 상황은 생길 수 있다. 예외 사례를 심사할 수 있는 심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거주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라는 포괄적 기준만 도입하면 '사실상'의 범위와 입증 수준을 두고 해석 차이가 발생해 사회적 비용이 급증할 위험이 있다"며 "일차적인 책임은 납세자에게 부여하되 다양한 행정 데이터를 연계해 거주 불가 사유를 자동 검증하는 시스템 구축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대한 국민의 입장에 서서 보려고 하고 있다"며 "법이 통과되고 나면 시행령 개정안에서 국민들의 의견을 더 들어 신축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